2024년 12월 20일 금요일
큰 아이는 드디어 여친에게 프로퍼즈를 해서 ”yes” 받아 냈다.
작은 아이가 프로퍼즈를 받았을 때는 양가 부모와 남매들이 다 모여 상견례 자리가 되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여친 부모님이 오래 전부터 대만에 3개월 휴가가 잡혀 있어 부모는 빼고 각 남매들끼리 모여 상견례를 하고 저녁을 같이 먹고 그 이후에는 수의대 동기들이 합류해 20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칵테일 파티를 했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 자식들은 30 후반이 다 되어가도 결혼 생각을 전혀 안 해 애가 탄다는 친구들도 많은데 늦지 않은 나이에 다들 짝 찾아가니 참 다행이다 싶다.
난 아이가 프로포즈를 한 것 보다 더 기쁜 게 있다.
수의대 동기들은 졸업하자마자 동물 병원에 취직해 다들 여유롭게 사는데 우리 아이는 공부를 더 하겠다고 지난 6년을 무지하게 고생했다.
미국에 32개 밖에 없는 수의대 중에 인턴이나 레지던트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몇 곳이 안 되어 인턴을 들어가는 과정도 하늘의 별 따기였고 , 레지던트 과정은 또 몇 십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레지던트도 1년차 중간에 과정이 없어져 버려 발 동동거리며 다른 학교를 찾아야하는 중에 아이도 지치고 우리도 지쳐 포기하고 그냥 수의사로 취직을 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래도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여러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플로리다 대학으로 옮겨 올 수 있었다.
그 6년 동안 지독한박봉에 , 시도 때도 없이 응급실에 불려 나가 정말 이중고에 시달리는 생활이 계속 되었다.
그러나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그렇게 몸 고생 , 마음 고생을 하더니 레지던트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여기 저기서job offer가 들어와 그 중 보스턴의 대형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난 그 연봉과 조건을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
서류에 싸인해서 보내면 바로 4만불을 받고 억대 연봉에 수술 한 건당 25%의 커미션을 따로 받는다.
나: 우리 아들 지독하게 고생 많았는데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 !너무 기쁘다 축하해!
아들: 엄마도 나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엄마도 축하해. 엄마 내가 첫 월급 받으면 선물 큰 걸로 해 줄게 .아니, 엄마 돈으로 줄게 .한국은 첫월급타면 한 달 월급은 엄마한테 주는 거지? 엄마 내가 한 달 월급 엄마한테 줄게요.
나:(속으로 뭐 ? 한 달 월급을 통째로 준다고? 한국에서는 내복 한 벌이면 되지 ,누가 월급 한 달 것울 통째로 주냐?)
그러지 . 부모한테 월급 주지 .미리 고마워 하고 끊었다.
난 절대로 사양하지는 않는다.
작은 아이도 레지던트 첫 월급을 나한테 주었고, 아이를 이렇게 사회에 내 놓기까지 우리 부부의 뒷바라지도 한 몫을 단단히 했으니 아이가 고마움의 표시로 주는 것은 받아야 한다.
그리고 고마움은 꼭 갚아야 한다고 가르쳐 왔으니까.
며칠 동안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기분이다.
*여친의 본가가 있는 샌디에고 부근에서 포로포즈를 했어요.
프로포즈는 원래 여친 모르게 준비하는 거라 나중에 알고 우리 에어리얼이 눈물도 훔쳤다고 하네요
*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반지를 주고 있어요
* 우리 딸 부부도 샌디에고로 날아 갔습니다
남매가 있으니 이리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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