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두릅 장아찌

김 정아 2024. 5. 12. 23:58

2024년 5월 12일 일요일

코넷티컷 어르신께서 보내신 두릅을 몇 줄기 데쳐서 간장에 무쳐 먹었는데 뽀드득 거리는 식감이 나에게 너무 생소해서 입에 맞지 않았다.

초고추장 찍어 먹는 것은 먹어보기도 전에 별 맛이 없을 것 같아 포기했고, 이것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다 블친들께서 올려주신대로 장아찌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양이 너무 많아 친구에게 좀 갖다 주겠다고 했더니 너무 좋아라 한다.

곧 할머니가 되는데 입덧을 시작한 며느리가 두릅을 먹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이 미국 땅에서 두릅을 구할 방법이 없어 포기했는데 때 마침 나한테 연락이 왔다며 너무 고맙다고 하면서 가져갔다.

그리고 나머지를 두릅 장아찌를 만들어보았다.

세상에서 나는 신 맛이 제일 싫고 단맛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설탕은 반으로 줄이고 식초도 사분의 일로 줄여 간장을 끓여 씻어 데쳐 놓은 두릅에 부었다.

해 놓고 보니 대충 그럴싸하게 보인다.

냉장고에 넣었다가 며칠 후에 그 간장을 덜어내 다시 끓여 식힌 다음 부어 주라고 했으니 그렇게 해 보아야겠다.

 

남편은 오후에 한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일요일 밤 비행기로 가니 한국에 도착하면 화요일이다.

거래처 대표를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하고 이틀 후인 목요일에 다시 휴스턴으로 온다.

내 스트레스가 아주 만땅이다.

완치 판정을 받지 않았으니 아직 암환자이다.

이제 체력이 약해져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든다고 하는데 한국이 옆 동네도 아니고 사람 만나러 한국까지 가서 이틀 후에 온다는 소리를 들으니 내 마음이 너무 무겁다.

이제 일을 줄여야겠다고 하는데 말만 늘 똑같다.

제발 내가 당신 먹여 살릴 수 있으니 이제 일 그만 하라고 해도 저렇게 세상이 좁을세라 움직이니 나도 머리가 너무 아프다.

내 주위에 아줌마들은 출장을 다니는 남편과 같이 살아 너무 부럽다고 하는데 내 마음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나도 가끔은 남편이 출장을 떠나면 내 몸과 마음, 영혼까지도 자유롭다.

그러나 이렇게 무리하게 다니면 내 마음이 너무 무겁다.

한 달 후에 또 다시 한국 출장이 예약 되어 있다.

 

 

*간장이 뜨거우니 강화 유리에 부어야 한다고 해서 서랍장 깊숙히 들어있는 유리그릇을 꺼냈습니다.

 

*성당에 다녀오고 보니 색이 더 들었습니다. 식은 두릅은 유리 그릇에 옮겨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맛이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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