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남편과 딸 아이

김 정아 2022. 10. 4. 08:33

2022년 10월 3일 월요일

 

남편은 지난 주에 이탈리아 출장을 갔다가 그 곳에서 바로 한국 출장을 갔다.

그리고 일을 보고 다시 스페인으로 떠났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본인의 사업상 출장으로 떠난 것이고 스페인은 딸아이와 둘의 여행으로 떠났다.

 

딸아이는 내년 4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딸을 품에서 떠나 보내는 것이 너무 아쉬운지 둘만의 추억여행을 위해 10일간 스페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딸 아이도 지난 한 달 간 버니지아 주의 한 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실습을 마치고 이번 달 중순엔 휴스턴 메디컬 센터에서 실습이 있는데 그 중간에 16일 정도의 방학이 있다.

금요일에 버지니아에서 실습을 마치고 토요일에 휴스턴에 와서 이틀 밤을 자고 오늘 스페인을 향해 떠났다.

 

난 둘의 여행이 너무 황당하고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두 부녀의 성격이 누가 조금더 낫다고 우열을 가릴 수가 없을만큼 불 같다.

그 둘 사이에 있으면 정말 기가 죽어 한숨이 나온다.

 

아이가 대학을 다니고 있었을 때 이사를 간다고 엄마 아빠한테 도움을 청했다.

그 날 나는 가게 일이 하루 종일 너무 바빠 가게 안을 뛰어다니면서 일을 해 무릎이 아파 나중에는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일을 했다.

너무 피곤해 안 가고 싶었지만 남편은 자기가 다 할테니 그냥 차에 타고 있으라고만 해 가게 일이 끝나고 3 시간을 운전해 밤 9시에 오스틴에 도착했다.

그런데 딸 아이는 엄마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를 안 하고 있었고 ,남편은 자기가 기본 준비를 해 놓고 엄마 아빠를 불렀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안 했다고 둘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니가 아무 준비를 안 했으니 우리는 그냥 휴스턴으로 돌아간다" 하니

"알았어. 그럼 그냥 가 . 내가 다 할거야" 하고 토라져 가 버리는 것이다.

세 시간 운전해서 10분 실갱이 하다 다시 바로 휴스턴으로 돌아오는 데 난 너무 화가 나고 서러움이 차 올라  차 안에서 울었다.  내가 중간에 중재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런 불같은 남자와 살고 있는 내가 불쌍해서, 이런 딸을 갖고 있는 내가 불쌍해서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니 새벽 12시가 넘어 있었다.

 

두 사람의 성격이 이렇게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둘이 여행을 할까 생각하니 너무 어이가 없다.

남편이 아이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무모한 일을 저질렀나 ?

그런데 불 같지만 똑부러지는 성질 값을 해 내니 그나마 다행이다.

 

피붙이 하나 없는 이 땅에 와서 이만큼 뿌리 내리고 살게 해 준 남편, 그 어려운 의대 공부를 눈물 콧물 쏟아가며  마지막 학년을 맞고 있는 딸, 사실 다시 생각하면 둘다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

 

공항에 데려다 주면서 나연이한테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아빠 몸이 이전 같지 않은 것 알지? 이제 니가 더 컸으니 니가 아빠 더 챙겨주고 성질은 더 죽여야 해. 부디 아빠 기분 좀 맞춰 줘라"했더니 오케라고 한다.

10일 간의 여행을 끝내고 어떤 모습으로 휴스턴 공항에 나타날지 흥미진진이다.

 

 

 

 

*사진은 엄청 순한 양으로 나왔습니다. 다행히 예비 사위 성격이 부드럽답니다. 지금껏 소리 한 번 크게 낸 적이 없다고 하네요. 저는 그 사위를 업어 주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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