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그냥 웃어 보자고요.

김 정아 2013. 12. 23. 01:07

2013년 12월 20일 금요일

오늘은 남편이 자기 동문회에 나랑 꼭 같이 가야한다고 했다

그 전에 동문회도 여러 번 있었는데 난 가게를 하느라 늘 남편 혼자 다녔었다.

올 1월에는 동문회를 하는데 자기가 갈비랑 불고기 양념한 걸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해서 없는 시간 쪼개서 장을 봐다가 아침 잠을 줄여서 해준 기억도 있다.

 

여하튼 오늘은 나도 시간이 나서 처음으로 남편을 따라 동문회에 가게 되었다.

어느 분이 가정 집을 오픈해 주셔서 가보니 많은 분들이 부부 동반으로, 어느 분은 혼자서 와 계셨다.

 

처음 뵙는 아내분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어느 동문께서 오시더니 어느 분의 아내 되시냐고 돌아가면서 소개 해 주길 원하셨다.

내 차례가 되어 " 저는 82학번 김○○씨 안 사람 이예요." 라고 했더니 "아, 동문회장님 사모님이시구나, 반갑습니다" 하시는 것이다.

나는 " 제 남편 동문회장 아닌데요. 뭐 잘못 아셨나 봐요" 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아내들의 표정과 이 분의 표정이 이상해 지면서 서로 " 김○○ 회장님 맞는데요.동문회 회보에서도 이름을 봤어요"

"맞아요. 제 남편이 총무고 김○○선배님이 회장인데요"이러는 것이다.

 

순간 분위기가 묘해지며 남자 분들이 모여 있던 자리에서도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어, 그 쪽 부부 무슨 문제 있어?"

"아니, 회장을 1년 한 것도 아니고 3년이나 하고 있는데 부인이 모른다는 게 당최 이해가 안 간다"

"3년이나 회장으로 고생을 해서 오늘 감사패까지 만들었는데 1년 더 해야겠다" 등등

 

나도 당최 이해가 안 된다.

"3년이나 동문회장을 했다는 데 왜 나한테는 한 마디도 안 한거야? 왜 나만 모르고 있는거야? "했더니 남편 하는 말이"내가 갈비랑 불고기 양념 해 달라고 하면서 내가 회장이라고 이야기 했잖아"

언제 그랬냐고요!

 

그 간은 내 마음이 여유가 없어 남의 말을 들을 여유도 없었던 모양이다.

여하튼 남편은 3년이나 되는 동문회장 임기를 끝내고 감사패까지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도 이제 남편의 말에 귀기울이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