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새 신부를 축복합니다.

김 정아 2010. 1. 9. 23:37

2010년 1월 7일 목요일

우리 구역의 친한 언니 중 한 분의 딸이 이번 주에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 배우자를 얻는 것도 큰 축복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윗감은 훌륭한 직장에 그것도 같은 종교를 갖고 같은 성당 안에서 청년부로 주일학교 교사를 맡아 같이 봉사하는 신실한 청년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참 전에 그 언니께서 폐백 음식을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몸 빠르고 행동 빠른 마리아가 " 언니 , 걱정하지마요.까짓것 우리가 만들면 되지 뭐가 문제야 "하는 것이다.

옆에 있던 나는 '우리'라는 말에 깜짝 놀라 "'우리'가 어떻게 폐백 음식을 만들어.그런 것은 전문가들이나 하는 일이지" 하고 어이 없어 했다.

폐백 음식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하는 마리아의 뇌구조가 경이로울 뿐이었지만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은 잔심부름이나 하는 일이기 때문에 크게 마음의 부담을 갖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폐백 음식을 만들러 그 댁에 갔다.

사실 한국에서 많은 음식을 부쳐 왔기 때문에 그것을 이쁘게 장식을 하고 몇 가지를 추가하면 되는 것이었다.

대추에 잣을 넣어 실에 꿰고 육포에도 잣을 하나씩 부치고 대추를 쌓고 구절판에 음식을 이쁘게 장식을 했다.

지레 겁을 먹었지만 잔칫집에 시끌벅쩍 웃어가며 수다를 떨어 가며 같이 하는 일, 그래서 우리가 더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고맙기까지 했다.

 

우리의 마지막 수고로 폐백 음식이 완성 되었다.

한국의 전문가가 하는 것에 못 미치고 오징어나 닭이 빠졌지만 그 댁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사돈 댁에서도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가빈아 행복하게 잘 살아, 우리 아줌마들이 다 너를 위해 기도한다."

 

 *여럿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추를 실에 꿰기도 하고, 육포를 자르기도 하고  ,육포에 잣을 부치기도 합니다.

마리아가 폐백 음식 주문 받는다고 블로그에 꼭 쓰라고 합니다. 강요에 억지로 쓰긴 했는데 농담인 것 아시지요? ㅎㅎ.

 

*육포 아래 밤과 작은 육포들을 깔았습니다.

 

*수삼 정과입니다.

 

*구절판을 장식해 놓은 모습입니다.

 

*스티로폼에 실에 꿴 대추를 둘러 쌓고 있습니다. 손 끝이 야무지지 않으면 못 하겠더군요.

 

 

*다 차려 놓은 상입니다. 여기에 떡을 하나 더 놓을 것입니다. 마리아와 제가 폐백 때 저렇게 상을 차려 놓고 신부의 팔을 잡고 절을 하는 것을 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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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두 장 추가합니다. 어제 결혼식에 다녀왔답니다. 미국 성당을 빌려서 했어요.

재작년에 한국에 가서 한복을 해 왔답니다. 미국에 있으니 한복 입을 일이 한국보다 더 있는 것아서 했는데 어제 결혼식에 처음으로 입어 보았습니다.

 

성당에서 예식을 마치고 연회장으로 옮겼습니다. 저와 마리아가 폐백 때 신부가 큰 절을 하는 것을 옆에서 도와 주는 일을 맡았거든요.그래서 한복을 입었답니다. 신랑신부는 어제 예식을 무사히 잘 마치고 오늘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난답니다. 두 사람에게 영원한 사랑과 평화가 함께 하길 빌었습니다.

 

*이렇게 하고 보니 저에게도 곧 닥칠 일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앞으로 15년 후 정도면 저도 딸 시집 보낸다고 폐백 음식 때문에 고민을 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 시집 보내는 가빈 엄마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희 엄마는 큰 딸인 제가 시집 가기 전날 밤에 너무 울어서 목이 쉬어 한 마디도 못 했답니다.

전 뭐 그럴 것 같진 않지만 참 섭섭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