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멕시코에서 다시 페루, 볼리비아로

김 정아 2007. 7. 3. 06:17
 

2007년 7월 2일 월요일

오늘 휴스톤의 조지 부시 공항에서 남편의 얼굴을 잠깐 보고 왔다.

지난주에 멕시코에 출장을 갔던 남편은 오늘 휴스턴에 돌아왔지만, 집에 돌아올 시간도 없이 그곳에서 바로 페루 행 비행기를 타고 다시 출장을 떠났다.

멕시코에서 가져온 출장 가방을 내가 가져오고 , 페루 및 볼리비아로 떠나는 출장 가방을 다시 싸서 공항에서 만나 서로 주고받고 했다.


이번 볼리비아 가는 출장 가방에는 고춧가루, 고추장, 떡볶이 떡, 떡국 떡, 김을 한 보따리 사 가지고 갔다.

그곳의 한인 거래처 사람들에게 줄 거라고 해서 한참 전에 준비해 냉장고에, 냉동실에 보관해 놓았다가 아침에 랩을 여러 번씩 싸서 준비를 했다.

한 달이 넘는 유효기간을 가진 두부를 먹고 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유효기간 표시도 없는 것을 먹기도 하지만 페루나 볼리비아에 살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새삼스러운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사십대 중반에 들어선 남편의 건강이 여간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다.

무리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데 아주 보통의 강도를 훨씬 넘어서는 중노동을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이번 주 금요일에 돌아와 다음주  화요일에 다시 한국 출장을 간다니 한숨이 떠나질 않는다.

이렇게 출장이라도 가는 날이면 항상 남편의 걱정이 떠나지 않으니 나도 남편도 나이 들어가는 징조인 것 같다.


어제는 지인과 함께 친구 M의 집에 다녀왔다.

할머니는 항상 집에 계시기 때문에 전화도 하지 않고 갔는데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 기척이 없어 M의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묘지에 갔다가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니 5분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집에 들어가니 안주인 없는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할머니와 식구들과 한참을 이야기를 했다.

M의 남편은 방에 들어가면 거실에도 나오기 싫다고 했다.

어디서든 “여보” 하면서 걸어 올 것 같은 기분이고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아 몇 날을 그냥 지새기도 했다고 한다.

일찍 퇴근하는 M의 남편이 자주 요리를 해서 저녁상을 차리는데 밥을 조금밖에 못 먹는 M이 김치찌개를 해 주면 맛있다고 한 그릇을 다 비우는데 김치찌개를 할 때마다 M이 생각나기도 한다고 했다.

아직 처분하지 않아 차고 앞에 주차 되어진  M의 차를 퇴근길에 보면 ‘어 이 사람이 먼저 왔네’ 하며 반가운 생각을 하다 또 눈물이 난다고 했다.

한 사람 떠난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

나 또한 그런 느낌인데 가족들이야 더 말해 무엇을 할 것인가?

더군다나 1년에 한 번도 부부 싸움을 안 하고 살 만큼 잉꼬부부로 소문난 그들인데!

그 험한 일을 겪으며 아이들은 훌쩍 성숙해 어른이 된 느낌이다.

그나마 M이 편히 눈감을 수 있을 것 같다.

돌아서 나오는데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산 사람은 다 살아가니 서서히 엄마 없는 생활도 적응이 되려나 모르겠다.

아무쪼록 살아가는 동안 후회 없이 더 사랑하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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