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5일 목요일
이 책은 나에게 참으로 귀한 책이다.
블로그 이전의 칼럼시절 초기에 우연히 ‘나성 이야기’라는 제목을 가진 이정아님(joanne)의 방에 들어갔다가 그분의 아름다운 글에 반해 단골 독자가 되었다.
참으로 간결하고도 미사여구 없는 글들과 마음에 딱딱 와 닿았던 글을 읽으며 온라인 상에서나마 이런 분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무척 기쁘기도 했었다.
그렇게 이어져 온 세월이 아마도 5년 정도는 된 것 같다.
아마 내 블로거 친구들 중 가장 오랜 인연이 아닐까 한다.
한동안 새로 올라오는 글이 없어 바쁘신가 했더니 그 사이 두 번째 수필집 ‘선물’이라는 책을 내셨다며 그 귀한 책을 저자 사인을 하셔서 나에게까지 보내 주신 것이다.
좋은 독자 노릇도 못 해 드렸는데 책을 받고 나니 너무 기뻐 동네 방네 자랑을 하고 다녔다.
아주 많은 글들이 실제 생활에서 느낀 일이나 상황이어서 동감하는 부분이 아주 많았다.
자식을 키우며 느꼈던 감정이나 미국 생활에서의 어려운 점들이 그대로 느껴져 ‘맞어, 맞어’ 하며 마음 속으로 맞장구를 치기도 했고 재치 있는 표현들에 혼자 킥킥거리고 웃기도 했다.
어느 글 하나 그냥 지나치지 못했지만 특히나 ‘아들의 마음’이란 글은 더 마음이 찡했다.
시동생의 결혼으로 한국에 가시는 남편 편에 두둑한 축의금과 선물들을 챙겨 보냈으니 돌아오는 가방 안에 적어도 양복 한 벌쯤 예단으로 받아 오리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남편은 노인용 모시 셔츠와 체크무늬 바지, 모슬린 점퍼를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그 옷들은 시아버지께서 당신의 아들과 손주가 왔다며 입고 같이 외출했다가 쓰러지신 후 한 번도 못 입어 보신 옷이라 했다.
옷엔 관심도 없는 남편께서 굳이 챙겨온 아버지의 옷이라 남편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더 이상 바가지를 접기로 했단 이야기를 읽으며 코 끝이 찡했다.
연세 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의 애틋한 마음, 특히나 한달음에 달려 갈 수도 없는 머나 먼 외국 땅에 뚝 떨어져 살고 있으니 언제나 부모님 생각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건강하시던 시 아버님께서 심장이 안 좋아지셔서 약을 끊임없이 복용한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고, 홀로 계신 친정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 한 많은 삶에 위로도 못 되어 드려 죄송한 마음 뿐이다.
요즘 책을 읽고 기억에 오래 남겨 두고 싶어 기록을 해 두는데 이 글의 독후감은 이정아님께서 읽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좋은 책을 읽고도 부족하고 어수룩한 감상문이 이정아님의 책에 누가 될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요즘 여러 가지로 건강이 좋지 않으신 이정아님께서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음식 조절도 잘 하셔서 빨리 건강한 몸이 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래야 글쓰기에 더 정진할 수 있고 앞으로도 더 좋은 책을 내실 수 있을 테니까.
*이정아 선생님 건강하시고요. 이렇게 좋은 책을 읽게 해 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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