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너무 바빠 화가 나는 날

김 정아 2007. 10. 5. 11:46

2007년 10월 4일 목요일

무지하게 바쁘게 돌아다닌 하루였다.

아침 일찍 슈가를 데리고 동네를 한 시간 반쯤 돌았다.

이 녀석이 어찌나 말을 안 듣는 지 반은 안아서 가고,반은 걸려서 갔다.

나 혼자 걸으면 50분 정도 걸리는데 이 녀석과 가자니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수진이가 브런치를 먹자고 아침 이른 시간에 자기네 집에 오라고 해 수진이 집 근처까지 다 왔는데 캐나다에 출장 중인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다.

사무실의 서랍 열쇠가 집에 있는데 지금 바쁘지 않으면 사무실에 가서 check한 장 꺼내서 결재 금액을 여직원한테 넘겨 주라고 한다.

난 남편한테 전화 받는 거 참 싫어한다.

나 또한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남편에게 전화 하지도 않지만, 남편한테 받는 것도 싫다.

거의가 무슨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특히나 귀신 같이 누구랑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꼭 골라서 전화를 한다.

 

어제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반갑지 않은 남편 번호가 떠서 속으로 또 뭐야?하고 받아보니 갑자기 출장 일정이 잡혀 있으니 빨리 출장 가방을 싸놓으라고 한다.

언니 한 분이 사주겠다는 커피도 못 마시고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 지 모르게 정신 없이 먹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오늘 또 그러니 짜증이 팍 솟았다.

 

그래도 내 개인적인 일보다 회사 일이 중요하니 싫어도 싫다는 소리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다 사무실에 전화를 해 보니 5시까지만 오면 된다고 해 한 시름을 놓고 수진네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레스토랑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맛있는 baby back rib과 맛깔스런 음식으로 화려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열쇠를 가지고 사무실에 가서 결재 금액을 넘겨 주고 다시 나연이를 태우고 학교에 갔다.

 

내년에 치어리더 시험을 보려면 올해 적어도 6번을 시합에 따라가 응원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다른 중학교와의 배구 시합에 응원을 하게 된 날이었다.

집에 갔다 다시 오기가 먼 거리여서 나도 같이 중학생들의 배구 경기를 보다가 중간에 큰아이의 학교에 가서 큰 아이를 태우고 클라리넷 레슨에 갔다.

 

클라 선생님 집에 내려놓고 나연이 학교에 가서 아직 응원이 끝나지 않은 나연이를 태우고 치어리더 클래스에 내려 놓고, 다시 원석이를 pick up해서 집에 내려 놓고 대충 저녁을 먹고 다시 나연이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집에 데려왔다.

그리고 잠시 앉아 있다가 원석이 수학 레슨 선생님 집에 갔다 오니 밤이 훌쩍 깊어져 있었다.

 

내가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인데도 일이 너무 많으면 막 화가 난다.

그러면서 애가 셋 아니기 너무나 다행이라는 되지도 않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 봉사 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든 날은 그런 마음이 다 달아나버리고 만다.


*나연이 치어 리더 학원에 가서찍은 사진입니다. 남자분들은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요? 왼쪽 클릭하면 더 큰 사진을 볼 수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