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12일 목요일
6년 전 이 집에 이사를 오자마자 도난 방지 경보장치를 했었다.
집에 도둑이 들어와야 뭐 가져 갈 것도 없지만 누구나 하는 일이니 우리도 해야 하는 줄 알고 설치를 했었는데 정신없는 남편은 알람의 비밀번호를 바로 잊어 버려 지금껏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이 매달 돈만 버리고 있었다.
얼마 전 이웃 한국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그 엄마는 날 보고 알람을 잘 정비해서 꼭 쓰라고 말을 했었다.
뉴올리언스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이웃도시인 휴스턴으로 부랑자들이 몰려들면서 범죄 행위가 많아졌다고 하더니 그 엄마도 그 영향인 것 같다며 조심하라고 말을 해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알람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안방에서도 삑삑거리더니 한 참 있다가 조용해지고, 거실에서 삑삑거리고 하더니 하루 이틀 지나니 또 조용해졌다.
고장 신고를 하니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하는데 알 수가 없어서 그것도 못했다.
그리고서 남편이 출장을 간 이후 밤에 갑자기 온 집안에서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리는 것이다.
실내에서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밖에 나가니 온 동네에 울릴 만큼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니 어떻게 해서든 우리 힘으로 해결해야 했다.
사이렌 소리의 진원지를 찾으려 사다리를 놓고 집안을 살폈는데 어디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큰 아이가 아무래도 다락에 올라가 보아야 할 것 같다고 해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보았더니 과연 다락위의 바로 지붕아래의 핸드 마이크에서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알람 경고용 마이크와 연결되는 코드를 뽑으면 될 것 같은데 어디에 있는 지 알 수가 없으니 선을 잘라야만 될 것 같은데 이 선을 어떻게 잘라야 할 지 고민이다.
전기나 옮지는 않을 지 걱정하다 자세히 보니 저 한쪽 구석에 코드가 꼽혀 있는데 고정된 거라 뽑히지도 않았다.
그러다 간신히 드라이버를 이용해 못을 풀고 코드를 뽑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아주 조용해졌다.
한 바탕 난리를 치르고 난 후 한국에 있는 남편과 통화 해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비밀번호를 간신히 기억하는 남편 덕으로 알람을 다시 원위치를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에 다시 알람이 고장 나더라도 그 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우리 슈가가 어른이 되어서 우리를 지켜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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