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9일 월요일
며칠 전부터 밥을 먹고 나면 속이 답답하고 소화도 안 되는 것 같은 증세가 계속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생각해 보니 보름 전 쯤부터 증상이 시작된 듯한 느낌이 들어 최근 들어 자세히 돌아보니 여전히 소화가 안 되고 속이 편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부위였더라면 그냥 지나갔을 텐데 위 부분은 워낙에 가족병력이 심한 편이라 겁이 덜컥 나기 시작했다.
아는 분이 소화가 안 되어 소화제만 열심히 먹다가 종합 검진에서 이미 상당부분 진전된 암세포를 발견했었다.
그런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방치해서는 안 될 것 같아 하루하루 엄청 우울하게 보내다 한국 내과에 예약을 하고 오늘 아침에 친구와 같이 갔었다.
소견서를 받아서 미국 병원에 예약하면 바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을 줄 알고, 아무리 미국 병원이 불편하더라도 하루 고생하고 받을 생각을 하고 갔었다.
소견서를 받아 미국 병원에 가서 일단 의사를 만나 상담을 하고 주의 사항을 듣고, 다른 날에 예약을 해 내시경 촬영을 하러 가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운이 다 빠져 버리고 말았다.
어차피 남편과 동행은 안 될 것이니 혼자 가서 안 되는 영어로 상담하는 것도 나에겐 높은 벽이고, 얼마나 먼 거리의 병원일지 몰라도 한 번을 더 가야 한다는 게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참아 버리고 말자’ 하는 생각이 들고, 나쁜 병에 걸리면 그 또한 나의 팔자려니 하는 체념이 들며 하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 버리고 마는 것이다.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하니 최근에 몸무게가 줄었느냐, 배가 아프냐, 배변 시 피가 나오느냐, 공복 시 속이 쓰리느냐 등등을 물었으나 어떤 것도 해당 사항이 안 된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런데 왜 내시경을 해 보려고 하느냐고 물어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많아 걱정이 되어서 그런다고 했다.
강박관념이 너무 심해 그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 같다며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작년에 한국에서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하니 챠트를 접으며 전혀 필요가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고 한다.
내 입에서는 저절로 “감사합니다” 소리가 나왔다.
그렇잖아도 복잡한 절차에 기가 질러 아마도 소견서를 받았어도 가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필요가 없다니 마음이 홀가분해 졌다.
이제부터라도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내년에 한국에 가서나 받아봐야겠다.
오늘 같이 간 친구의 이야기다.
친구 남편의 직원 신생아가 3주간 인큐베이터에 있었는데 병원비가 무려 19만 9천불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돈으로 2억 정도 된다.
그 사람은 보험이 있어 그 돈을 다 내지는 않았지만 돈 없는 사람은 죽으라는 이야기다.
한 친구의 이모가 맹장 수술을 했는데 그 수술비는 무려 5만 달러.
이 사람은 의료보험이 없어 평생 그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에 관한 어느 사이트에 미국에 오려면 맹장을 미리 떼고 오라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의료비용도 입이 벌어지지만 시스템도 최악이다.
이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정말 적응이 안 된다.
큰 아이가 귀가 아프다고 해 병원에 예약 전화를 했는데 11일후에 예약이 잡혔다 .
그 사이에 아이는 아플데로 다 아프고 다 나은 다음에나 병원 문턱을 밟을 수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가장 후지고 가장 복잡하고 가장 불합리한 것 같다.
선진 미국의 체제에 의료는 전혀 해당 사항이 안 되는 것 같다.
이런 땅에서 내가 영원히 살아야되나 싶으면 아주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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