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6월 25일 월요일
지난 한 주 너무나 길고도 슬픈 일주일을 보냈다.
나의 휴스턴 역사와 같이 인연이 시작된 이제 마흔살의, 소녀처럼 착하고 여리고 이쁜 젊은 친구 M이 우리 곁을 떠났다.
6년 전 성당에서 예비자 교육을 같이 받고 세례도 같이 받아 생일이 같다며 절친하게 지냈던 세 가족이 있다.
세 부부가 세례 이후에도 가족끼리 자주 모여 식사도 같이 하고, 바닷가에 놀러도 같이 다니면서 이국 생활에 서로서로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가 되어 갔었다.
그러던 중 M부부에게 가정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생겨 우리의 모임은 사실상 해체 되었고, 중간에 계속 안 좋은 소식만 전해 듣게 되어 안타까워하며 하루 빨리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게 되길 간절히 빌었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바람과는 달리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뇌사 상태에 빠져 산소 호흡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회생 가능성 0%라는 말에 속울음을 삼켜야 했다.
비록 뇌사 상태이긴 하지만 살아 생전에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임종을 같이 지키기도 했다.
죽음 앞에서도 편할 수 없었던 M은 바로 묘지에도 가지 못하고 사인 규명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부검을 하기 위해 다운타운으로 떠나기도 했었다.
사후 5일 째인 오늘에서야 궂은 비와 함께 M은 한 평 땅을 차지하고 누웠다.
M! 참 좋은 친구였는데 뭐가 그리 급해 이렇게 빨리 떠났어?
이제 편안해?
고통 근심 다 놓았으니 이제 훨훨 털어버리고 그곳에서는 행복하길 바래.
당연히 천국으로 갔겠지만, 아니라도 천국으로 들어 갈 수 있도록 내가 열심히 기도할게.
서로 늘어가는 주름살을 보며, 흰머리가 생기는 걸 바라보며 사심 없이 웃을 수도 있는 우리였을 텐데 이제 더 볼 수 없네!
그래, 생전의 그 젊고 이쁜 모습만 기억할게.
그리고 내가 전화도 자주 못하고, 그 어려운 상황 이겨 내겠지 하며 무심하게 생각했던 것도 용서해줘! 미안해!
남편도 두 아이도 차차 이겨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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