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5일 금요일
남편이 중남미 출장을 마치고 오늘 휴스턴에 도착하는 날이다.
공항 도착 시간이 오후 1시 30분이라고 해서 원석이 클라리넷 레슨도 연기하고 학교에 데리러 가는 것도 앞집 일본 아줌마에게 부탁하고 집을 나섰다.
고속도로 진입하자마자 억세게 빗줄기가 퍼 부어 대기 시작했다.
앞이 깜깜해지며 와이퍼로도 퍼 붓는 빗줄기가 감당이 안 되니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비상등을 켜가며 순간순간 가슴을 졸여가며 간신히 운전을 했다.
항상 터미널 C만 다녔는데 오늘은 E 터미널로 오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길눈 어둡기로 두 번째라면 서러울 만큼 지독하게 길눈이 어두운 나다.
C 터미널을 열 번도 넘게 가 보았어도 갈 때마다 헷갈려서 내가 정상인은 아닌 것 같은 자괴감을 느끼는데 오늘은 E로 오라니 공항입구에서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표지판을 따라 들어갔다.
제대로 들어왔는지 확인하려고 “여기 E터미널입니까?” 물었더니 글쎄 C란다.
아휴, 그럼 그렇지! 내가 한 번에 찾아오면 이상하지.
그래도 여러 번 와 봐서 당황하지는 않았다.
다시 표지판을 따라 외곽으로 나갔다가 천천히 움직여 E 주차장을 찾아 주차를 하고 혹시나 하고 다시 물었다.
E 터미널이 맞다고 한다.
1시 30분에 맞추어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심한 비로 휴스턴 공항이 잠시 폐쇄되어 못 내리고 AUSTIN으로 회항을 했으며 언제 휴스턴으로 돌아갈지 모르니 기다리지 말고 그냥 집으로 가라고 한다.
세 시간 정도는 기다릴 수 있겠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이 다섯 시간이 될지 여섯 시간이 될지 알 수 없으니 아무래도 돌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원석이 도서관 자원 봉사에도 데려다 주어야 해서 돌아오는데 또 비가 장난이 아니다.
아마도 이 비로 어느 지역이 큰 물난리를 겪지나 않았을지 모르겠다.
엄청 신경을 써서 운전을 하고 왔더니 온 몸이 쑤실 지경이다.
남편은 이후로 두 시간 반 정도 후에 휴스턴에 도착했다.
기다렸어도 될 뻔했고 폭우 속에 다시 운전할 생각을 하니 겁이 덜컥 났는데 고맙게도 다른 분이 대신 나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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