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개들의 천국, 개 공원에서.

김 정아 2007. 6. 8. 01:21
 

2007년 6월 7일 목요일

오늘은 생후 9주째인 우리 슈가를 데리고 ‘개 공원’에 갔다.

오가는 길에 큰 공원이 있고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나와서 노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참 우스웠다.

사람을 위한 공원도 태부족인 나라가 수없이 많은데 어찌해 이 나라는 개 전용 공원까지 있을까 싶은 마음에 실소가 한 없이 쏟아졌다.

그런 내가 오늘은 우리 슈가에게 친구들 모습을 좀 보여주고 싶어 가기로 했다.


공원의 이름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강아지 이름 ‘밀리’를 따서 ‘밀리 부시 파크’이고  부시 대통령이 만들었다.

큰 개가 들어갈 수 있는 공원과 20파운드 이상의 개는 출입할 수 없는 작은 개 공원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공원 입구까지는 모두 목줄을 매달고 와서는 공원 내에 들어가서는 목줄을 풀어주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해 주었다.

개가 물을 먹을 수 있는 전용 수도관이 있었고, 사람은 들어가지 말고 개만 들어가서 수영 할 수 있는 연못이 있었고, 개의 똥을 치울 수 있는 비닐도 곳곳에 준비되어 있었다.

수많은 개들이 들어가 산책을 하고 놀고 있어도 어느 곳에서도 개똥을 볼 수 없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느 개든지 붙잡고 침을 묻혀 가며 뽀뽀를 해대고, 개를 따라 주인들도 서로 섞여 말을 나누고 있었다.

난 우리 슈가가 아직 훈련이 안 된 개라서 낯선 사람이나 개를 보고 방어용으로 먼저 물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목줄을 풀어 주고 싶지 않았는데 두 아이가 괜찮을거라며 풀어서 뛰어 다니게 해 주자고 했다.

가장 어린 개라서 그런지 자기보다 큰 개를 보고 질색을 하고 주저앉아 버리고, 큰 개들을 피해 다녔다.

 

큰 개들이 무작정 달려와 우리 슈가의 엉덩이를 빨아 대는 바람에 슈가가 넋이 나가 버리더니 한참 후에서야 적응이 되었다. 

공원에 들어온 개들이 뒤섞여 완전 개판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도 평화로워 보였다.

큰 개와 작은 개들이 섞여 서로 짖지도 않고 평화롭게 놀고 있었는데 미국 개들이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시민의식이 몸에 베여서 짖지도 않나 싶은 실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참을 머물고 지친 듯한 슈가를 데리고 공원을 빠져 나오는데 연못에서 수영한 개들을 위한 샤워 시설이 마련되어져있고, 몇 몇 개가 샤워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비치된 샴퓨는 주인들이 들고 왔는지 아니면 공원에서 비치한 것인지는 확인을 안 해 봐서 모르겠지만 여하튼 대단한 나라이다.


지구촌 곳곳에 사람으로 태어났어도 개보다 못한 환경에서 굶주림에 죽어가는 수없이 많은 어린 생명들이 있는데 이 나라 개는 팔자도 좋아 전용 공원에 샤워시설까지 누리고 사는 것을 보니 정말 개 팔자가 상팔자이긴 한 가보다.

내가 이렇게 어깃장 나는 소리를 했어도 주어진 환경을 잘 활용하기 위해 슈가를 데리고 자주 올 것 같은 예감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개 밀리 입니다. 밀리를 추억하기 위해 만든 공원이라니 어지간한 사람보다 훌륭한 일생을 살다 갔습니다.ㅎㅎ


 

*작은 개는 저쪽으로 가라는 군요.

 

 

*개들이 서로 몰려들어 놀고 있습니다.

 

*개들이 수영 할 수 있는 작은 연못입니다.

 

*개 물 마시는 수도입니다. 우리 슈가 무서워서 얼쩡거리기만 합니다.

  

 

 

 

**저렇게 샤워를 시켜 주고 있고요.

 

*타올까지 가지고 왔네요.

 

  *많은 개들을 보셨지만 역시나 슈가 인물 따라갈 개는 없지요? 역시 우리 슈가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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