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3일간의 연휴를 마치고.

김 정아 2006. 12. 26. 08:30
 

2006년 12월 24일 일요일

아침 9시 주일 미사에 갔다가 오후 9시에 다시 성탄 전야 미사에 참석했다.

성탄 전야 미사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나왔다.

많다 해도 작년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성당에 발길을 끊었던 분들을 볼 수 있어 반가웠지만 그들이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는지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컸다.


올 하반기 우리 한인 성당은 너무나 많은 갈등과 분열과 내분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고 상처 받았다.

떠난 사람들이나 남아 있는 사람들 모두.

성당 30년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했던 분들에서부터 새내기들까지 마음의 상처를 입어 성당을 떠나는 분들이 많았다.

아마도 휴스턴에 한인 성당이 두 개만 되었더라도 아무 고민 없이 이 성당을 떠났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한동안 마음이 아파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


뉴올리언스에 가서 고해성사를 하고부터 9시 미사에 참여해 왔었다.

예전엔 10시 30분 정규미사가 끝나고 친교관에서 서로 얼굴 마주보고 같이 점심 식사를 하며 한 주일 동안의 안부도 묻고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타국 생활을 하는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기도 했던 공동체 생활이었는데 사람들 만나는 것도 편치 않고 한 마디 말 실수로 오해를 사기도 쉬운 상황이 되다보니 미사 끝나고 바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국 사람은 셋 이상이 모이면 편을 나눈다고 했던가?

올 한해 우리에게 너무 많은 고통을 주었으니 내년부터는 하나 되는 한인 공동체로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마음에 받은 상처가 그리 빨리 아물진 않겠지만.


2006년 12월 25일 월요일

성탄 전야 미사를 보고 왔기 때문에 오늘 아침은 느긋하게 보냈다.

모든 쇼핑센터와 식당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영화관만은 문을 열었기 때문에 조카랑 5명이 나가서 영화를 보는 걸로 몇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운전해 가면서 보니 정말 큰 쇼핑센터 주차장에는 단 한 대도 차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성탄절과 너무나 판이하다.

흥청망청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가게마다, 식당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비해 여기는 가족끼리 너무나 오붓하게 보낸다.


영화를 보고 나니 윤지 엄마가 점심이나 같이 먹자며 집으로 오라해서 갔다.

한국에서 온 조카는 수영장 있는 집을 처음으로 봐서 너무 신기해하더니 발을 헛디뎌 수영장에 빠지고 말았다.

겁이 없는 아이는 수영장에서 나오려 하지 않고 이왕 옷을 버렸으니 더 놀겠다는 걸 간신히 데리고 나왔다.

휴스턴 날씨가 한국에 비해 아무리 따듯하다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그리고 어제 오늘 날씨가 갑자기 내려가 추워졌는데 감기나 걸리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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