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30일 목요일
나연이는 욕심이 참 많다.
자기 능력이 되던 안 되던 뭐든지 하고 싶어 한다.
5학년이 되면서 학교에서 하는 활동에 여러 가지로 참여한다.
한 반에 두 명씩 뽑는 ‘student council’에 뽑혀 학교 기금 마련을 위해 물건을 팔기도 하고,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해 성금을 걷는 일도 한다.
또 ‘school store’에 일하고 싶어 해 그곳에서도 아침에 학용품을 파는 일을 한다.
그리고 가장 힘든 ‘safety patrol’이 되어 한 학기를 선생님들과 함께 하교 지도를 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정말 내가 봐도 영 능력이 안 되는 곳에서 하는 활동이 있다.
바로 합창부이다.
우리 부부는 음악적으로 거의 백치 수준에 가깝다.
남편은 나보다 조금 낫긴 해도 난 정말 노래 부르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한다.
학교에 근무할 때도 회식하고 노래방 가자고 하면 제일 싫었다.
이곳에서는 노래 방 갈 일이 별로 없어 다행이다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 나를 닮아 나연이도 노래를 잘 못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춤은 잘 추고 아주 좋아한다.)
피아노 레슨도 한 곡을 가지고 몇 달을 계속하고 있다.
1학년 때 시작한 피아노가 5학년인 지금까지 계속 그 수준이다.
피아노 레슨 받는 것을 너무 싫어해 목요일만 되면 나도 나연이도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
어느 날은 스트레스를 못 이겨 엉엉 하면서 울기도 하고, 나 또한 아이의 그런 행동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이다.
그래서 이번에 하는 작은 연주회만 끝나면 레슨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렇게 음악적 기반이 전혀 없는 아이가 합창부를 하고 싶다고 해, 학기 초에 사인을 해서 학교에 제출했다.
그 동안 학교에서 합창 연습을 했는데 오늘 저녁이 발표회라는 것이다.
난 속으로 웃으며 ‘니가 그래도 잘 참아 왔네. 중간에 안 빠지고.’
이 아이들의 발표회라는 게 언제나 그렇듯 별다른 강제적인 훈련이 없이 하는 거라 별로 볼 것이 없다.
다만 학부모들 앞에서 한 번 서 본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 같다.
오늘도 깜깜한 밤에 학교에 들어섰는데 PTA멤버들이 그 동안 모임을 가졌던 것에 대해 설명을 하고 내년도 임원들을 추천 받았다.
그리고 바로 후에 5학년 합창부들의 노래가 시작 되었다.
7곡을 노래했는데 본인들도 지루했는지 입도 안 벌리는 아이들도 있었고 , 중간에 하품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아마도 가사를 못 외운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나연이도 간혹 입을 열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나랑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으며 노래를 하기도 했다.
지루한 7곡이 끝나자 학부모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를 하며 기립 박수를 보내 주었다.
이 7곡을 가지고 내일은 Exon과 캐더린 병원에서 공연을 하느라 오전수업을 못 할 거라 했다.
공연 중에 병원 환자들이 졸까봐 걱정이다.
능력이 되던 안 되던 이렇게 적극적인 삶의 모습이 계속 되길 바란다.
*공연 중간에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고, 끝나고 퇴장할 때입니다.
*다 끝나고 집에 돌아갈 무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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