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26일 토요일
아이들이 개학을 맞은 지 3주가 지났다.
원석이는 고등학생이 되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꽤 힘들어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개학 10일 전부터 밴드부 연습하느라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교에 먼저 가 본 것이 많은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밴드부 연습에 메여 집에 돌아오면 오후 6시 30분이다.
땡볕에 연습하느라 얼굴이 새카맣게 타고, 지쳐서 돌아온다.
그 전에 일주일에 한 번 받던 클라리넷 레슨도 시간이 없어 못 받고, reading 학원에 다니던 것도 못 갈 만큼 바쁘다.
처음으로 제 2외국어를 선택했는데 뭘 할까 고민하다 중국어로 결정을 했다.
중국어 과외 선생님 좀 알아봐서 가족 모두 레슨을 받을까 했는데 원석이 시간이 안 되어서 그 것도 못하고 있다.
대신 오랜만에 내가 큰 소리 쳐가면서 봐주고 있다.
“엄마, 그것도 알아요? 어떻게 알아요? 와 , 우리 엄마 대단하다” 하며 모처럼 아들한테 인정받는 엄마 노릇을 하고 있다.
“너 잠깐 잊었니? 엄마 전공이 중국어였다는 것을?” 하면서 콧대를 세우기도 한다.
88년에 대학 졸업하고 그 후 1년간 고등학교에서 중국어 가르치고 몇 년만에 하는 중국어를 전공이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다 잊어 버렸다.
사실 중국인과 대화 하라고 하면 3분도 못 가는 얄팍한 수준이다.
피곤한 몸으로 숙제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또 어림도 없이 널널한 학교생활 이긴 하다.
이 아이에겐 갑자기 시작된 힘든 생활인지 9시도 안 돼서 꾸벅꾸벅 졸 때도 있다.
아무튼 그래도 불만 없이 열심히 해 주니 다행이다.
나연이는 이번 학기부터 교통안전요원을 하고 있는데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버스를 타려고 강당에 모인 아이들 중 262번을 타는 아이들을 인솔해 조용히 시켜 버스를 모두 태우면 나연이 임무는 끝난다.
조용히 시키는 것도 나연이의 중요한 임무인데 그 중 1학년 여자 아이가 엄청 시끄럽게 하며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몇 번을 조용히 하라고 말하면 그 때만 조용하고 돌아서면 앞 뒤 아이들 다 건들어 가며 말을 시킨다고 한다.
“ 엄마는 말 안 듣는 애들 어떻게 했어요? 엄마도 그런 애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적 있어요?”
“그럼 , 당연하지! 내일 그 애한테 사탕하나 주면서 조용히 시켜봐!” 했더니 “엄마, 사탕 주면 안 돼요! 그 애는 이상하게 남자가 말을 하면 조용한데 내 말은 안 들어요!”
“이제 1학년이 그렇게 말을 안 들으면 선생님 말씀도 안 듣는 애일텐데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한다.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 웃겨 혼자 속으로 킥킥 거리며 웃는다.
학교 공부도 재미있다니 참 다행이다.
“엄마, MRS. CAMP랑, MRS. GRUBER는 나만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왜?”
“ 수업 할 때마다 나만 쳐다보고 , 나하고만 눈을 맞추어요!”
혼자만의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긍정적인 생각으로 다니니 그것도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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