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바쁜 밴드부 일정을 끝내고 .

김 정아 2006. 12. 6. 01:05
 

2006년 12월 4일 월요일

오늘 큰 아이의 밴드부 콘서트가 있는 날이다.

고등학교 밴드부는 중학교와 엄청 많은 차이가 있다.

풋볼 시즌에 따라 나가 마칭 밴드를 해야 하니 수업이 끝나고 거의 매일 세 시간 정도를 휴스턴의 뜨거운 햇빛아래 연습을 해야 되었다.

아침마다 커다란 물통에 얼음과 물을 담고 선크림을 챙기고 모자를 챙기고 악기를 챙겨서 가야 해 큰 가방을 두 개씩 들고 학교에 가야 했다.

얼굴은 새카맣게 타고 , 더위에 지쳐 학교에 데리러 가보면 언제나 힘이 빠져 늘어져 있다.

 

더 안 된 것은 그렇게 열심히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마칭 연습을 했지만 정작 풋볼 구장에 가서는 아이는 운동장에 나가지 못하고 구석을 지키고 있어야했다.

마칭 밴드 인원이 제한이 되어 있는데 작년에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마칭 밴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 버렸고, 오리엔테이션에 참가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제외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해 보겠다고 ‘챌린지’를 했는데 선생님은 “원석, 너도 잘 했지만 넌 내년에 해라” 하고 말씀을 하셨다.

챌린지 프로그램은 못하는 아이를 지목해 같이 시험을 봐서 못 하는 아이 자리를 뺏는 것이다.

우리는 “그 아이가 상처 받을 텐데 올해는 그냥 넘어가고 내년에나 해라. 남한테 상처주면서 까지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고 했는데도 저는 꼭 들어가고 싶다면서 시도를 했었다.

 그 여자 아이는 우리 아이가 지목하자 눈물을 펑펑 쏟고 울었다고 했다.


챌린저에서 떨어지고 나서 또 한 아이를 지목했는데 그 아이는 절대로 싸인을 못해주겠다고 버티어 결굴 한 번의 챌린지로 끝났다.

우리 부부는 “ 순하디 순한 저 녀석이 어디서 배짱이 생겨서 두 번이나 하겠다고 그러지? 애가 적극적으로 바뀐 것 같네?” 하며 돌아서서 흐뭇해하기도 했다.

평소의 성격으로는 당연히 속으로 삭히고 그냥 넘어 갈 일이었는데 우리가 놀랬을 정도다.

하여튼 그렇게 힘들게 연습을 했고 풋볼 시즌의 폐막과 함께 마칭 밴드 연습도 끝났다.


마칭 밴드가 끝나고서는 바로 리전 밴드부 시험이 있었다.

리전 밴드를 위해 바쁜 중에도 일주일에 한 번 클라리넷 레슨을 받으러 다녔는데 시험이 가까워 오니 도저히 시험에 못 나가겠다는 것이다.

곡 3개를 외우지 못해서 추수 감사절에 연습을 하려고 했는데 여행을 갔기 때문에 리전 밴드 준비를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아빠한테 훈화를 좀 듣고 올해는 리전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음악관에서 콘서트가 있었다.

대부분 중학교에서부터 밴드부를 했던 아이들이고 , 거의 매일 악기와 더불어 살았던 아이들이라 그런지 연주가 굉장히 훌륭했다.

꽉 찬 음악관에서 연말의 흥겨운 분위기와 크리스마스 캐롤송에 취해서 온 밤이었다.


바쁘고 바빴던 한 학기 밴드 일정이 이렇게 끝이 났다.

다음 주 금요일 방학하는 날까지는 밴드부에서 연습이 없어 학교 버스를 타고 집에 온다.

학교에 데리러 가지 않아도 되어 나도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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