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이제 한 시름을 놓고.

김 정아 2006. 9. 28. 00:17
 

2006년 9월 27일 수요일

친정 식구들은 올 6월부터 시작해 누구도 맘 편할 날이 없이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마조마하게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큰 남동생의 3년 전 위암 수술에 이어 올 6월에 발견된 폐암.

5차례가 넘게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릴 때마다 제발 암은 아니길 기도했는데 결국은 암으로 판정을 받았다.

흉강경으로 세포의 크기를 보고 작으면 그 자리에서 수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는데 부위가 넓어 그것도 못하고 말았다.


딱 마흔 살의 동생, 12살 딸과 5살 아들을 둔 정말 젊은 남동생의 병 앞에 모두 소리 죽여 울었다.

동생이 느꼈을 그 참담하고 암울한 마음에 더 아프고 , 그 가혹한 벌을 두 번이나 내린 신이 원망스럽고 야속했다.

가족 모두 절망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서로 간에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용기를 북돋우어 주고 여러 정보를 구해 보기도 했다.


항암치료를 받던 첫날, 의사는 동생의 세포는 대체적으로 방사선 치료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고약한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또 절망했었다.

그런 동생을 위해 엄마는 동생 집으로 거처를 옮겨 제발 엄마를 봐서라도 살아달라고 무언의 부탁을 하기도 했다.

가장 맏이인 내가 대학 1학년 때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고, 다섯 자식 힘들게 키워 온 엄마를 보고 제발 살아보려는 의욕을 가지라는 무언의 부탁.

가족들의 위로와 본인 자신이 살겠다는 의욕을 강하게 가지면서 그 힘들다는 방사선 치료에도 하루 이틀 힘들어하고 나머지는 억지로라도 밥을 한 공기씩 먹으며 버텨왔다.


방사선 치료 중간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세포 검사를 하는데 제발 그 검사가 잘 나오도록 기도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생은 지레 힘을 놓아 버릴 것이고, 희망을 버릴 거라는 생각에 무섭기도 했다.


어제 그 세포 검사 결과가 나왔다.

흉막에 넓게 퍼져 있던 암세포가 발견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슴에 크게 있던 세포의 크기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병원에서도 놀랍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가족들 모두 잔치 분위기다.

친정 엄마의 목소리는 훨훨 날아갈 듯하다.

너무 기뻐 눈물이 흐른다. 가슴에 큰 돌덩이 하나가 눌려 있는 듯 했는데 이제 숨도 가볍게 쉬어진다.

그 고통을 다 참아준 동생한테도 고맙고, 직장생활 하며 동생 뒷바라지 해 준 약하디 약한 우리 올케도 고맙고, 모든 것에 다 고마워진다.

나머지 방사선 치료가 끝나면 수술을 해도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일은 멀고 험난하다.


"제발 이번 같이만 동생을 지켜 주세요"라는 기도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오늘 이글을 쓰면서 난 두려워진다.

입방정 떤다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좋은 일에 입방정 떨면 안 된다고 했던가?

이 좋은 소식도 걱정해 준 친구들에게 전하지 못하고 있다.

메일을 보내 알려 주어야 할 사람들이 많은데 당분간 가만히 있기로 했다.


 

*축하 해 주실 블로거님들이 많을텐데 마음으로 제가 다 느낍니다.

나중에 완치 되면 댓글 열어 두고 축하 많이많이 받을게요.

오늘은 댓글 닫아 둡니다.

너무 떠벌리고 다니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반가운 소식은 알려 드려야 될 것 같고, 궁금해 하실 단골 블로거님들도 계실 것 같아서 올렸어요.

교감 게시판에 동생 이야기도 정중하게 사양 할게요. 이해해 주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