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남편과 나.

김 정아 2004. 7. 6. 01:29

7월 1일 목요일

 

남편은 오늘부터 3박 4일간 성당의 남성 꾸르실료 교육에 들어간다.

 

이곳에 와서 남편과 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처음으로 성당이란 곳을 나갔다.

 

그 이후로 같은 날 세례를 받고, 첫 영성체를 모시고 천주교 신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남편과 난 처음은 같았어도 지금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너무나 성실하게 종교인으로의 길을 가고 있는 남편.

 

바쁜 회사 일에 치여서도 매주 목요일은 성당에 나가 성서 백주간 공부를 하고 있고(성서공부가 끝나면 다시 사무실에 가 밀린 일을 하고 새벽에 들어온다), 주일 학교의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한국문화 체험 반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기업과 한국의 문화를 소개해 한국인으로의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대부님의 인도아래 바쁜 일정 속에서 꾸르실료 교육에 들어갔다.

 

무엇을 얼마나 배우고 느끼고 돌아올 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전의 생활들보다 훨씬 가치 있는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면 나는 종교에 별 의미를 두고 살지 않는다.

 

일요일이면 으레 성당을 가긴 하지만 그 이상은 어떤 활동도 하지 않는다.

 

수녀님은 나를 보시면  그 무리들이랑 몰려 다니는 것 이제 그만하고 성서 공부도 좀 하지 그래?하신다.

내년엔 꾸르실료 교육에 들어가라고 까지 하신다.

 

난 속으로 수녀님 죄송한데요, 전 전혀 뜻이 없거든요. 한 집안에 한 명만 열심히 하면 되잖아요 하고 만다.

 

어찌 되었던 종교생활 열심히 하는 남자치고 가정에 소홀한 사람도 없다니 다행이고, 꾸르실료 교육 잘 마치고 신실한 몸으로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