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남편과의 지루한 냉전을 마치며...

김 정아 2004. 4. 19. 05:11

지난 10여 일 동안 남편과의 지루한 냉전이 계속되었다.

 

이러다가는 헤어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위기 의식이 느껴지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회사의 큰 프로젝트 하나가 중간에 잘못 되어 여러 방면으로 해결책을 찾느라 남편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쁘기도 했고, 긴장하기도 했고 ,그래서 출장을 다녀 오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출장을 다녀와서도 가족들과 어울려 대화를 하거나 나의 말을 들어 줄 생각도 없이 그저 맥 놓고 T.V만 켜 놓고 멍하니 앉아 있다.

 

눈 떠서도 제일 먼저 T.V 떡 하니 켜 놓고  그렇게 끔찍하게 아끼던 아이들마저도 쳐다보지 않았다.  

 

회사 일이 바쁜 것도 알고, 힘든 것도 알지만 왜 회사 일을 집안까지 끌고 들어와 집에서도 죽을 상을 하고 있는지도 이해가 안 되었다

 

남편과의 관계에서 내가 제일 싫어 하는 것은 따로 자는 것이다.

난 남편의 숨소리를 들어야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룻밤에도 서너 번 씩 깬다.

 

남편도 나의 그런 습관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어쩌다 T.V를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도 새벽이면 항상 안방으로 들어왔고, 또 중간에 일어날 수 없을 만큼 힘들어 아침까지 거실에서 잔 날은 너무나 미안해 한다.

 

그런 날이면 출근하는 길에 나를 안고 등을 토닥거려 주고 나가기도 한다.

 

자주 다투며 사는 편이지만 언쟁이 하루를 넘지 않기 때문에 따로 방을 쓰거나, 따로 자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

이다.

 

그러나 지난 10여일 동안 남편은 안방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간다 소리 한마디를 안하고,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나도 그게 미워 집에 퇴근해 돌아와도 왔냐는 소리도 안 했다.

 

대화가 없다는 게 그처럼 위기로 다가온 적이 없었다.

 

회사 일이 잘 마무리 되면서 남편은 나를 불러 혼자 자게 해서 미안해. 내가 너무 힘들어서 당신한테 신경 쓸 여력이 없었어. 하며 사과를 해 지루한 10여 일이 마무리 되었다.

 

우리 언제쯤이면 서로 오손도순 잘 살 수 있을까? 이렇게 사는 것, 나 너무 피곤해 했더니 앞으로 나에게 잘 하겠다며 아이들처럼 도장 찍고 사인, 복사까지 했지만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겠다.

 

우리 부부는 자주 다투며 산다.

 

엄마 아빠 사이에서 큰 소리가 나도 이젠 아이들이 만성이 되어 별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 쓴다.

 

또 시작이네, 저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난 이렇게 다투며 사는 게 정말 싫다.

 

그러나 남편은 정 반대의 입장이다.

 

위기의 가정이 많은 건 부부가 다투지 않아서라나?

 

다투면서 대화를 하고 그래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풀어가는 부부가 건전한 부부라며 나와의 언쟁에 대해 심각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으며 우리 부부는 절대 가정 해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역설하니 도대체 옳은 소린지 아닌지 나도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