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우리 집 차고는 캠핑장

김 정아 2003. 12. 10. 00:13
성당에서 남편과 친하게 지내는 일곱 가족이 가까운 곳으로 캠프를 간다고 해 음식도 준비하고, 아이스 박스에 필요한 물건들을 다 챙겼다.

그러나 날씨가 쌀쌀해졌고 이런 저런 이유로 행사를 진행했던 분이 못 가게 되면서 나머지 가족들도 흐지부지 못 가게 되었다.

사실 남편도 이번 캠프를 가기엔 사무실 일도 정리할 게 많았고, 특히 누적된 피로로 많이 힘들어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너무 서운해 했다.

그래서 장소만 바꾸어서 우리끼리 캠프를 하기로 했다.

차고 안에 텐트를 치고 오늘 밤 온 가족이 텐트 안에서 자기로 했다.

아침에 쳐 놓은 텐트 속을 아이들은 자주 드나들며 캠프 기분을 만끽했고, 컵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해 텐트 안에서 먹기도 했다.

그리고 동네 아이들을 불러서 그 안에서 놀기도 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는데 나는 그 안에서 자고 싶은 맘은 절대로 없었다.

차고 안은 잔디 굼벵이를 죽이는 약도 있고, 식물들에게 주는 영양제도 있고, 잔디 기계에 넣는 휘발유도 있고, 차에서 흘러나온 냉각수가 떨어져 바닥도 그다지 깨끗하지는 않다.

어쩔 수 없이 절대로 텐트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아이들만 재우려 했는데 남편과 아이들의 강요에 못 이겨 나까지 그 안에서 자게 되었다.

가족 네 명이 침낭 하나씩 차지하고, 차고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나뭇잎까지 비치고 간간이 바람소리도 들려 그야말로 산속의 어느 캠핑 장에 나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푹신한 침대를 놔 두고 차고 안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이 우스워 난 자꾸 웃음이 나왔으나 아이들은 너무나 행복해 했다.

그러면서 난 남편이 자꾸 고마워졌다.

어느 아빠가 캠프 못 간 아이들을 위해 차고에 텐트를 치고, 불편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려는 자상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싶다.


아이들은 그 이후로도 3일간이나 더 텐트에서 잤고 아이들의 친구들도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야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친구들의 부탁은 들어 줄 수 없었고, 그 이후로 4일간 긴 여행을 떠나게 되어 차고의 본래 역할을 위해 텐트를 접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