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토요일
오늘 정말
오랜만에 부부만의 외출이
있었다.
큰 아이는 태어나서 지방의
할머니 댁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이가 있다 해서 우리 부부의 활동에 별 지장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네 식구가 같이 살았기 때문에 아이들로 인해 부부만의 시간을 갖기는 참 힘들었던 것 같다.
몇 년 전 친구
부부와 2박 3일의 제주도 여행을 빼고는 항상 아이들과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모든
부부들이 그런 것처럼.
그러나 오늘 남편의 거래처
회사 부사장의 50번째 생일파티에 초대 되었다.
아이들은 동반 할 수
없다고 해서 앞 집 원석이 친구의 집에 맡겨 놓고 우리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모처럼의 외출에 나섰다.
숲과 호수에 둘러 쌓인
근사한 레스토랑에 들어서니 꽤 격조 높은 곳인 듯 결혼식이 진행되기도 했고 각종 품위 있는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정해진 장소에 들어서 난
잠시 또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온통 백인들, 단 한명의 흑인도 없고 히스패닉 계통도 보이지 않고 다른 인종이라고는 유일하게 우리 두 사람
뿐이다.
생일을 맞은 Stive의 동생이 우리를 데리고 다니며 스티브의 자녀들과 친척들을 소개 시켜
주었다.
초대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들과 거래처 회사 직원들이어서 남편은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스티브가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문 앞에 서 그를 맞아주며 크게 박수를 쳐 주었다.
우리는 거래처 회사의 다른
부사장 Sam과 자리를 함께 했다.
다행히도 그 부인은 우리
큰 아이의 reading 선생님이기도 했고,
Sam은 나에게 매우 우호적이었다.
물론 남편과도 일을 떠나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음달에 남편은
샘과 한국에 출장 가는 일이 잡혀 있기도 하다.
샘의 부인
‘에이컨’은 한국에서 쇼핑할 목록을
적어 놓았고 한국 물건들이 좋다고 여러 번 말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처음에 가졌던 불편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그런대로 분위기에 적응해 갈 수 있었다.
근사한 저녁을 먹고
스티브의 어릴 적 사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역사를 슬라이드로 만들어 상영하는 걸 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남편은 동양인임에도 많은
미국인들에게 둘러 쌓여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고, 나도 친절한 어느 임직원 부인의 배려로 서투른 영어로 꽤 많은
나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 눈의 안경이라고 난
많은 사람들 중에 유독 남편만 빛나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사장이 진지하게 “난 H h(남편 이름이 어려워 쉽게 그
렇게 부른다) 가 미국에 남기를 원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떤가?”라고 나에게 묻는데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어 “아직 잘
모르겠다”라고만 대답했다.
그럴 생각은 없지만 설령
미국에 남는다 해도 굶어 죽진 않겠군!
성인의 생일파티 참석이라는
드문 기회와 남편이 어떤 사람들과 일하는지 덤으로 알게 되어 오늘도 좋은 하루를 보냈구나!
참, 내가 미스코리아도 아닌데 시작부터 끝까지 얼굴에 미소를 띠느라 좀 힘들긴 했다.
*식당 정문 앞 모습.
*오랜만의 외출을 기념하기 위해 한 장 찰칵!
*스티브의 형제들이 펼친 작은 공연.그의 형제자매들은 무려 9명.
*스티브 부부와 함께.
'내 남자에 대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 고민이다. (0) | 2004.10.11 |
---|---|
남편 수술 받던 날. (0) | 2004.10.07 |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남편과 나. (0) | 2004.07.06 |
남편과의 지루한 냉전을 마치며... (0) | 2004.04.19 |
만 2년 -이제 남편의 구박도 벗어나고.... (0) | 2004.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