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휴스턴에 돌아와서

김 정아 2006. 7. 31. 11:02
 

2006년 7월 27일 목요일

두 달을 비운 집은 안주인이 없는 티를 역력하게 내고 있었다.

남편이 꼼꼼하고 세심하다 해도 집안을 관리할 수 없을 만큼 워낙 바쁜 탓이기도 하다.

출장을 다녀온 가방, 한국에서 가져 온 짐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가방 안에 놓여 있었고, 에어컨과 환풍기까지 돌리고 있었어도  사람의 냄새가 섞이지 않아 오래된 나무의 쾌쾌한 냄새가 집안에 진동하기도 했다.

냉장고에도 상해가는 음식들이 보였고, 싱크대 안도 음식찌꺼기가 달라붙어  썩어 가고 있었다.

실내는 우리 가족만의 공간이기 때문에 어찌해도 괜찮지만 정원은 난리가 아니었다.

잡초가 우거져 작은 아이 키만큼이나 자라 있었고, 제멋대로 큰 칸나도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깎기로 한 잔디는 사람들이 아직 안 왔는지 다른 집의 두 배는 자랐고 씨가 맺혀 있기도 했다.

아마도 집안 어디에 경고장이 날아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며 아직 받지 않았다면 관리소의 게으르고 업무에 태만한 사람들에게 이번만큼은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정도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주인을 욕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물 먹은 솜처럼 몸은 무거워도 풀만이라도 뽑아야 되어서 지친 아이들을 데리고 채근해가며 간신히 큰 풀들을 뽑아냈다.


휴스턴에 돌아온 지 삼일 째인데 아직도 비몽사몽간에 정신이 없다.

조카까지 4명이서 새벽에도 잠들지 못하고 이방 저 방 기웃거리고, 서로 잠이 안 온다고 서성거렸다.

낮잠을 잔 것도 아닌데 시차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머릿속이 복잡해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 오늘도 새벽 1시 반에 일어나 밤을 꼬박 새웠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여전히 마음이 무겁고 전화할 용기도, 엄두도 못 내다 간신히 동생과 통화를 했다.

“누나, 내 걱정 하지 마, 나 오래 오래 살 거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리고, 동생의 목소리는 생기 있어 보였지만 입술을 악물고 울음을 참아 내야 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