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꽃도 심고, 정원 청소도 하고.

김 정아 2006. 4. 21. 02:15

2006 4 18일 수요일

봄맞이 정원 손질을 벌써 했어야 했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밖으로만 돌다 보니 벌써 4월도 중순을 넘기려 해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오늘에서야 시작했다.

화단에 부엽토를 뿌려 높게 돋우어야 할 것 같고 , 화단 중앙에 봄 꽃을 좀 심어야 할 것 같아 ‘Lowe’s’ 에 갔다.

다른 해는 남편이 사람을 시켜 했기 때문에 부엽토가 얼마나 필요한지 짐작이 안 갔다.

큰 아이와 돌다가 일단 7포대만 사가지고 가고 부족하면 더 오자고 해서 둘이 낑낑거리며 카트에 실어 놓았다.

 

꽃도 사야 할 것 같아 이리저리 둘러 보아도 도대체 사고 싶은 꽃이 없다.

해마다 꽃을 심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나라 꽃은 왜 이리 예쁜 게 없는지 고민을 많이 하게 한다.

돌다 돌다  한 해 살이 꽃보다는 다년생초가 나을 것 같아 안 예쁜 꽃 중에서도 제라늄을 열 포기를 골랐다.

제라늄을 고르고 나니 잊고 살았던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

 

 20년도 더 지난 대학 1학년 시절, 신입생들에게 미팅이 최대의 관심사 였던 그 시절, 3월 마지막 즈음에 눈이 내렸고 그 날 한 남학생을 미팅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 아이의 첫 미팅 상대가 나라고 했었다.

첫 만남에서 둘이 뭐가 통했는지 그 친구가 군대를 가기 전 3학년 때까지 서로에게 하나 밖에 없는  남자 친구 , 여자 친구라고 칭하며 대학 생활을 했었다.

그 이듬해 봄 어느날, 그 친구가 제라늄 화분 하나를 사 들고 왔다.

꽃말이 예뻐서 사왔어, 잘 키워라 하며 주고 갔었다.

그 꽃말이 그대 곁에 있어 기쁩니다라고 했다.

때로는 물을 주지 않고, 방학이 되어 집에 내려가고 그러느라  꽃은 그 친구 바람대로 잘 키워지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추억에서 깨어나 쳐다봐도  예쁘지 않긴 마찬가지다.

다년생 초라니까 다음해 다시 어떤 꽃을 사야 할까 고민하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집에 돌아와 부엽토를 뿌리고 보니 7포대로는 어림 턱도 없이 부족하다.

꽃도 몇 포기를 더 사야 할 것 같기도 해서 다시‘Lowe’s’에 갔다.

이번엔 남는 것이 낫겠다며 부엽토 10포대를 사고, 꽃도 5포기를 더 샀다.

너무 날이 뜨거워 6시가 넘어 시작한 일이었는데 우리 세 식구의 힘으로는 부족해 모기까지 물려 가며 8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끝냈다.

옆 집 아줌마는 아이들이 낑낑거리며 애 쓰는 모습을 보고 ‘good boy, good girl’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 모처럼 육체 노동을 했더니 허리며 무릎도 아프고 피곤하다.

내일은 작은 나무들의 가지를 좀 쳐 내서 마지막 마무리를 해야 겠다.

 

 

오늘은 목요일,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어제 못한 작은 나무 가지들을 잘라내서 예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붕 위에 떨어진 소나무 잎들이며 나뭇잎들을 깨끗이 치워 비가 와도 물이 홈통으로 잘 떨어지도록 청소를 했다.

그런데 휴스턴이 얼마나 가물었는지 지붕의 물받이 끝에 벌들이 집을 짓고 있었는데 건드려 벌에 쏘이고 말았다.

그래도 아이는 끝까지 청소를 다 하고 내려 왔다.

아빠가 없는 동안 아이는 스스로 일을 찾아 하며 커가고 있었다.

 

 

*제라늄 꽃 15포기를 심었습니다. 한 포기에 4불씩 하더군요.

 

*mulch라고 쓰여진 저 부엽토를 무려 17포대를 사서 뿌렸습니다. 한 포대에 3달러 입니다.

 

*저 자리에서 벌에 쏘이고 말았답니다.

 

*오빠가 하는 일은 꼭 해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