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싱가폴로 돌아간 윌링.

김 정아 2004. 3. 17. 00:38

3월 12일 금요일

나연이(초.2학년)와 친하게 지내던 싱가폴의 윌링이 내일 그녀의 나라로 돌아간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처음 아무도 몰랐을 때 윌링의 엄마는 내게 다가 와 자신은 싱가폴에서 왔으며 남편은 엑손 모빌에 근무한다고 자기 소개를 했다.

나연이를 데리고 놀러 오라고 해 여러 번 그 집에 다녀왔고 윌링과 나연은 학년은 달라도 몇몇 친구들과 클럽을 만들어 금요일에 자주 만나 우리 동네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오늘 윌링이 학교 나오는 마지막 날이라는 소리를 듣고 나연은 어제 밤 늦게까지 색종이를 오리고 찢고 뜯어 훌륭한 이별 선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윌링의 집에 전해 주러 갔는데 이미 떠나고 없는지 몇 번의 초인종에도 반응이 없었다.

나연은 글썽거리는 눈으로 윌링이 벌써 떠나버렸다고 너무나 슬퍼하며 학교 버스에 올랐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와서는 밝은 모습으로 아침엔 윌링의 엄마 차를 타고 갔는데 지금 집에 있으니 빨리 가보아야 한다고 해 아이를 데리고 갔다.

이사 짐이 모두 떠나 버린 집안은 썰렁했고, 윌링 모녀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남편은 임기가 끝나 싱가폴로 돌아간 지 이미 오래고 집이 안 팔려 지금까지 기다렸으나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 집은 그대로 두고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윌링 엄마는 한국에 여러 번 가봤다고 했고, 휴가도 한국에서 많이 보내 보았고, 단풍 든 설악산을 잊을 수가 없어 싱가폴에 가서도 한국에 가 볼 것이라고 했다.

집 주소와 e메일 주소를 서로 주고 받으며 우리는 아쉽고 아쉬운 작별을 해야만 했다.

난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질 수 밖에 없다.

올 연말이 될지, 아니면 내년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다.

고국으로 가게 되어 윌링네가 부럽지만 나로서는 정들었던 이웃을 잃게 되어 여간 섭섭하지 않을 수 없다.

 

*윌링이 떠나고 다음날 심심해 해서 나연이의 친구,체슬리를 데리고 와서 놀았는데 많은 놀잇감을 놓아두고 벌레를 잡으며 놀았습니다.

겨우내 내려 쌓인 소나무 잎을 헤치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징그럽게 생긴 벌레들을 잡으며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이 제게는 이상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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