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 다른 나라 구경하기

2박 1일(?)의 벤쿠버 여정2- 3년만에 눈을 보다.

김 정아 2004. 2. 9. 10:29

1월 31일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Grouse 산에 갔다. 호텔의 메니저가 추천해 준 곳이었는데 도착해 표를 끊고 보니 모두 스키 복에 snow보드와 스키 장비를 갖춘 사람들 일색이었다. 남편처럼 구두를 신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니 정말 하얀 눈이 가득가득 쌓여 있었다.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한국을 떠난 이후로 처음으로 눈다운 눈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타며 즐기는데 아이들은 눈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워 눈 위에서 뒹굴고 눈 덩어리를 만지며 소리 질렀다.

아이들에게 스키를 타 볼 기회를 주기위해 장비를 빌려주고 잠시나마 그들과 동참하게 해주었다.

아이들은 뭐든 빨리 배우고 빨리 적응하는지 엉성하지만 그런대로 눈 언덕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3시간쯤 그곳에서 머물다 suspension 다리에 갔다.

 

계곡이 흐르는 강물 위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다리로 연결해놓았는데 마치 타잔이나 슈렉에 나오는 것처럼 긴장감이 느껴졌다.

다리 가운데서 발을 구르며 다리를 흔들어 대니 온 다리가 출렁거리며 금방이라도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무서움에 온 몸이 굳어진다.

이 다리는 강 수면으로부터 높이가 70m, 길이가 무려137m로 되어 있으며 출렁이며 흔들리는 다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맛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

다리를 건너 숲속으로 들어가니 수 백년에서 천년까지 살았다는 쭉 뻗은 소나무와 전나무들이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이곳에서 산림욕을 즐긴다면 몸과 마음이 그야말로 하늘에 닿을 것처럼 가벼워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곳은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 그 위에 다리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특히 그곳에서 만난 관광객은 대분이 한국인과 중국인이었다. 한국어가 들려 돌아보면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 있었고 중국인도 많이 보였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로 중국에 예속되는 것을 꺼리는 많은 홍콩 인들, 약 30만 명 정도가 투자 이민으로 벤쿠버에 왔다고 한다.

그런 까닭으로 벤쿠버 시내 곳곳엔 수없이 많은 중국어 간판들이 눈에 띄었다.

로스엔젤레스의 한국인처럼 이곳의 중국인도 영어를 못해도 생활에 큰 불편은 없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단지 아이들 학교 선생님과의 의사소통이 안되어 불편한 것 빼고는. 하긴 홍콩에 살았던 사람들이 영어를 못할 리는 없지만.

 

다리를 내려와 stanley공원을 둘러 보았다.

공원 내에는 울창한 원시림에서부터 잘 손질된 정원, 잔디가 푸른 운동장, 아이들의 놀이터, 산책로 등이 두루 갖추어져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뒤끝이라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호젓하게 오솔길을 산책을 하기게 그만이었다.

바다에 면한 벤쿠버 시내가 한가롭게 눈에 들어오고 바다엔 많은 요트들과 배들이 유유히 떠 있고 산책로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멀리에서 보기엔 서울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여유 있고 조용해 보였다.

스키장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모처럼 추위에 떨어 모두 피곤에 지쳐 이른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돌아와 쉬었다.

어차피 여행이 주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a1

 

a5

 

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