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전도사들의 차력쇼.

김 정아 2003. 11. 25. 01:35
Second Baptist Church에서 공연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전도의 도구로 성가대가 많이 활동하기도 하고, 가정 방문도 많이 하는데 여기는 새롭다.

독실한 신앙을 가진 젊은이들이 팀을 만들어 교회를 순회하며 무료 공연을 해주고 있었다.

‘team impact’라는 팀을 만들어 공연을 하는데 차력 쇼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시간이 되자 단원들이 나와 저마다 쌓아 놓은 벽돌을 손으로 깨트리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환성을 지르면서 흥분의 도가니를 만들고 있었다.

벽돌을 깬 다음 새로 쌓아 놓은 벽돌 위에 기름을 붓고 맨손으로 벽돌을 깨트리는데 휘발유 냄새가 진동을 하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집단 狂氣를 부리는 것처럼 무작정 소리를 지르는데 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스파이더 맨의 한 장면이 생각 나기도 했다.

어두컴컴한 레슬링 무대 위에서 도전자를 집단으로 매도하며 우승한 사람을 추켜 세우는 장면이…

사진 찍을 기회를 기다리는데 누군가 한 사람이 “너 여기서 왜 사진 찍어?” 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몰매를 맞을 것 같은 분위기 여서 나는 카메라만 만지작거리다 그만두었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넣어 찜질을 하거나, 추위를 막는 데 쓰는 의료용 고무 주머니에 바람을 넣어 터트렸고, 두꺼운 전화번호 책을 한 순간에 찢어 버리는가 하면 쇠막대와 프라이 팬 구부리기, 두꺼운 얼음 깨기, 야구 방망이 두개를 합한 것을 부러뜨리기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특히 여자 경찰이 채운 수갑을 부수고 탈출하는 연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휘파람을 불어대고 일어서서 열광했다.

그리고 중간에 그들의 신앙을 거의 20분 가까이 이야기를 했나 보다.

난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고 하품만 내쉬다가 ‘정말 교회 다니는 사람은 말도 잘하지!’라며 감탄하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기에 나도 덩달아 고개를 숙였는데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무조건 깨부시고 박살 내고 하는 중에 그나마 기도가 들어 있어 그들이 왜 이런 쇼를 하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쇼가 끝나고 사람들이 무대로 나가기에 손 잡고 노래 한 곡 합창하고 끝내려나 보다 하고 졸고 있는 나연이 더러 나가라고 했더니 신나서 뛰어 나갔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나가 버리고 쇼가 끝났다.

우리는 나연이가 어디로, 왜 나갔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아이를 찾아야 할지도 몰라 난감했다.

원석이더러 밖으로 나간 사람들 어디로 갔는지 물어보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건만 소심해 터진 녀석은 말하기 싫다며 버티고 있다.

그 동안 학생으로 1년 반이 지났으면 그 정도 언어 소통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엄마가 물어 보면 되잖아요?”하며 오히려 나한테 큰소리다.

정말 열 받는다. 그 동안 저한테 들어간 영어 과외비가 얼만데 그까짓 말 한마디를 못 물어봐!

그렇지만 남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걸 저도 어떻게 하랴 싶다.

간신히 나연이를 찾아 데리고 가는데 저런 성격으로 어떻게 사회 생활을 할까? 걱정 되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