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로미오와 줄리엣도 만나고, 백작,공작부인도 만나고

김 정아 2003. 10. 14. 13:09

지난 번 수업 때 MRS.SHONH은 10월은 텍사스의 FESTIVAL의 계절이라며 가 볼만한 50개 정도의 명단을 뽑아 복사해 주었다.

가장 첫 순위로 꼽았던 축제가 르네상스 축제였다.

중세시대 휴머니즘을 기조로 세익스피어 작품이나 그 밖에 르네상스 특유의 건축양식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축제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다녀왔고, 갔다 온 사람마다 기억에 남을 만한 훌륭한 축제였다고 말해 주어 꼭 가 보고 싶었다.

오늘 새벽 1시 40분 엘 에이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과 함께 집에서 1시간 30분쯤 거리에 있는 그곳으로 출발했다.

거의 2마일쯤 전부터 오솔길에 양쪽으로 펼쳐진 아름드리 나무들이 약간의 붉은 빛을 띠며 아침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이며 휴스턴에서 느끼지 못한 가을 분위기를 나게 했다.

9시부터 문을 연 행사장엔 많은 차들이 주차해져 있었다.

주차장은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나무가 심어져 있는 평지를 조금씩 손을 보았을 뿐 그대로 자연의 냄새가 묻어났다.

입구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희한한 복장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중세시대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완성하러 살아 돌아온 듯하고, 돈키호테 ,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생각나게 하는 젊은 소녀, 그리고 스페인 해적의 복장을 한 사람, SOUND OF MUSIC의 소녀들, 공작부인들 등 갖은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흥을 한껏 돋우고 있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위해 관리소측에서 준 복장을 입었을 것이고 또 다른 이들은 집에서 준비해 온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복장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이들은 한 젊은 남녀에게서 눈길을 띄지 못 했는데 둘 다 옆으로 허리까지 터진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걸음을 걸을 때 마다 옆으로 속살이 다 보였다.
아이들이 너무 놀래서 "어머 ! 저 사람들 왜 그래? 엄마. 왜 팬티를 안 입었어?"하고 묻는다.

"중요한 데는 안 보이잖아!"

내년에 다시 온다면 나도 중세 귀부인이 입었을 것 같은 의상을 꼭 한 번 빌려서 입어 보아야겠다.

매표소를 지나 광장에 들어서니 흥겨운 음악과 함께 퍼레이드가 펼쳐졌는데 너무나 흥미로웠다.

창과 칼을 든 사람, 당나귀를 타고 가는 사람, 활을 들고 적군을 노리는 사람, 꽃무늬로 예쁘게 화관을 쓰고 다소곳하게 걷는 사람 등등, T,V에서나 본듯한 사람들이 음악과 함께 익살스런 표정을 하고 행진하고 있었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전시물이 있는 곳으로 가서 구경을 하고 쇼를 찾아 다녔다.

지친 다리를 쉬기 위해 매직쇼 하는 데를 찾아갔다.

마술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마술사를 집중하고 있었다.

자리를 찾으려고 엉거주춤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데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계속되고 뭔가 내 앞에 딱 멈춰 서있는 것 같아 고개를 드니 파란 눈을 가진 마술사가 나를 가로 막고 있고 수많은 시선들이 나를 향하고 있지 않은가?

'이게 뭔 일이래?'하고 잠시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데 마술사는 무턱대고 내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올라간다.
'OH, MY GOD!'
'아저씨! 나 영어 한마디도 못해요! 나 데려가면 아저씨 마술 망해요!'

너무 당황스러워 빠져 나가고 싶었으나 내 발은 이미 넓은 무대 중앙에 서 있었다.

수많은 시선들이 동양의 한 아줌마에게 집중되었다.

다행히 마술사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행동으로 날 따라 하게 했다.

난 당황스런 맘에 어리버리 마술사를 따라 했는데 그 모습이 더 우스웠는지 계속 사람들의 웃음 소리만 들려왔다.

마술사와 함께 모자 쇼를 하고 내려 와서 남편에게 사진 찍었느냐고 물어보니 나 하는 짓이 너무 재미있어 사진 찍을 생각도 전혀 못했다고 하며 "당신 참 덜 떨어졌어"한다.

여하튼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을 또 하나의 작은 사건을 만든 셈이다.

아이들이 뭔가를 타고 싶어해 말을 태워주고, 커다란 코끼리도 태워주고 힘차게 앞뒤를 구르는 그네도 타고 색다른 경험들을 했다.

진흙 쇼, 불 쇼, 창과 칼 싸움도 재미있어 킬킬거리며 감상했다.

간단히 요기를 하기 위해 가게를 찾았는데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중세 복장을 하고 가게 마다 중세 특유의 모습을 하고 사람들을 맞고 있었다.

너무나 예쁜 모습들을 보고, 나무 냄새도 실컷 마시고 가을도 느낀 멋진 하루였다.


제일 윗 사진은 뮤지컬을 하는 모습이고 그 다음은 중세 복장을 입고 음악을 연주 하는 모습, 다음은 코끼리 타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