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아이들의 뮤지컬 공연

김 정아 2003. 9. 20. 01:08

5월 9일 목요일

킨더 가덴 아이들의 뮤지컬 공연이 있는 날이다.

아이들을 교실에 들여 보내놓고 30분쯤 시간이 남았기에 벤치에 앉아 있으니 어떤 엄마가 자기 아이도 킨더 가덴 미스 켈리 반이라며 나에게 말을 건다.

(이곳은 유치원이나 학교나 몇 반 또는 무슨 반이라는 게 없다.
그냥 담임선생님 성을 붙여 누구 반이라고 한다.
학급의 입구에도 담임선생님 이름이 붙어 있다.)

내년에는 학교 시작하는 시간이 원래대로 8시 30분이 되도록 하자며 나에게 서명을 하라고 한다.

내가 제대로 알아들은 건가?

대충 그런 것 같다.

지금은 8시 30분에 시작해 3시 30분에 끝나는데 새 학년에는 7시 30분에 시작해 2시 30분에 끝나게 하겠다는 통신문을 받은 기억이 난다.

서명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소리를 들어서 더 생각을 해 보아야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한다.

뮤지컬 장소에 들어가니 많은 부모들이 와 있다.

아이들이 들어오고 나연이는 고개 돌려 나를 찾는 모양이다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아이들이 맡은 역할이라는 게 짝을 지어 한마디씩 하는 건데 나연이의 차례가 오자 집에서 외운 문장을 까먹었는지 옆 짝만 대사를 외웠다.

끝나고 나서는 나를 붙들고 짜증을 낸다.

"나도 할 수 있었는데...."

욕심 많은 아이가 한 마디도 못하고 내려온 게 지
나름대로는 자존심이 상했나보다.

여러 번 느끼는 거지만 여기 아이들 공연은 결과로만 친다면 정말 볼게 없다.

거의 오합지졸의 상태라고나 할까?

디즈니 랜드에서도 고등학생들이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무대로 나오기에 대단한 춤을 추려나 했더니 아이들 손발이 제각각 놀아 난 하마터면 크게 웃어 버릴 뻔했다

세계적인 관광지의 세계적인 무대에서 고작 저 정도라니.

우리나라 아이들은 저렇게 안 했을 텐데.... 몇 날 몇 밤을 세워서라도 훌륭하게 해냈을 텐데.

그러나 이 나라 아이들은 일년에 몇 차례씩 무대 경험을 하게 만들어 줘 어느 자리나, 어떤 경우나 아이들이 쑥스러워 하거나 뭘 시켰을 때 절대로 빼지 않으며 당당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손가락을 빨거나 몸을 비비꼬는 것과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다.

5월 12일 일요일
mother's day다.

며칠 전부터 쇼핑 센터엔 어머니날 판촉홍보를 하느라 바쁘더니만 드디어 오늘이구나.

합리적인 것 잘 따지는 나라에서 어머니날 아버지날을 따로 정해 놓고있어서 좀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날은 5월 둘째 주 일요일 아버지날은 6월 셋째주 일요일이다.

성당에서는 어머니들에게 꽃도 공짜로 달아주더니 특별히 3불 씩 하는 점심값도 내지 말라고 한다.

공짜인 점심밥을 먹고 극장에 갔다.

어제, 오늘 영화 구경을 너무 재미있게 잘 했다.

여기 와서 처음 가는 극장인지라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역시나 미국이라는 나라는 규모로 사람 기를 팍 죽인다.

거대한 시네마 타운에 상영관을 무려 26개나 가지고 있었다.

화장실 규모까지도 사람 기를 죽인다.

화장실 한 동에 변기 22개에 세면대 14개라니.

한국에서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규모다.

어제는 스파이더 맨, 오늘은 Ice Age.

말은 잘 몰라도 아이들과 아빠와 재미있게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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