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영어로 한 회의, 난 못 알아듣겠어요!

김 정아 2005. 9. 14. 06:37

2005년 9월 10일 토요일

 

오늘 성당에서 주일 학교의 선생님과 임원진, room mother들의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작은아이만 데리고 성당에 가서 회의에 참석했다.

 

작년에 큰아이의 room mother를 했었는데 샘이 많은 작은아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왜 오빠 room mother만 해요? 내 room mother는 왜 안 해요?"하면서 짜증을 내었다.
그래서 "내년엔 네 반 room mother 꼭 해줄게! 엄마가 어떻게 두 학년을 같이 하니? 엄마도 힘들잖아" 하면서 일년 전에 약속을 했었다.

 

한 해를 해보니 신경 쓸 일도 많고 좀 힘들어 올해는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작은아이의 눈치를 살살 봤는데 아이는 날 봐 줄 기색이 아니어서 일찌감치 room mother에 사인을 해서 냈다.

 

그래서 오늘 각 학년 선생님들과 room mother들의 상견례, 주일 학교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회의를 했다.
새로운 교장선생님의 주재 아래 진행된 회의는 99% 영어였다.
둘러보니 오리지널 미국인 선생님 세분과 이곳에서 태어나거나 아주 어린 시절 미국에 와서 한국말보다 영어가 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 pre-k반 room mother를 맡은 중공업의 지사장님 부인과 내가 영어에 가장 취약했다.

 

한국 대기업 간부들의 회의도 아닌데 내가 왜 이 자리에 앉아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 회의를 하고 있을까? 우스운 생각도 들었다.

 

뉴올리언즈에서 온 학생들에 대해 등록비를 면제해 주고 주일학교에 받아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영어로 꿰어 맞출 수가 없어 그만두었다.

 

여하튼 반 넘게 못 알아들은 회의를 끝내고 각 학년 담임 선생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나연이 담임선생님은 젊다 못해 중학생이라 해도 믿을만한 외모를 지닌 여려 보이는 총각선생님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선생님과 대화가 통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 대화를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학급을 둘러보고 학용품을 준비하고 의자를 채워놓고, 내일 수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밤 9시가 넘어 있었다.

'영어야 놀~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어로부터의 해방  (0) 2006.05.20
숙제도 못하고.  (0) 2006.03.24
영어로 꿈을 꾸다.  (0) 2005.07.24
쟈넷 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업  (0) 2005.05.19
나도 영어 잘 하고 싶다!  (0) 200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