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약물 오남용 방지 교육 졸업식

김 정아 2003. 2. 8. 00:06
1월 24일 금요일

오늘 D. A. R. E 졸업장 수여식이 있는 날 이었다.

'Drug Abuse Resistance Education'의 준말이다.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약물 오 남용 방지 교육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에서는 가끔 양호선생님이나 비디오를 통해서 약물 오 남용에 관한 일회성의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이곳은 지역구의 경찰관이 한 학기 동안 매주 하루 학교에 출근해서 정규적인 교육을 하고 수료증까지 준다.

교육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오후 6시 30분. 체육관에 5학년 학생들과 담임선생님과 부모들이 모여 수료의식을 가졌다.

교장선생님 및 여러 중요 인물의 인사말과 수료의 중요 요건으로 제출한 에세이 중에서 훌륭한 몇 편을 쓴 학생을 골라 시상을 했다.

그리고 이어 전교생의 이름을 한 명씩 일일이 부르고 악수를 하며 교장선생님과 경관이 직접 수료증을 수여했다.

원석이 이름을 부르자 당당히 걸어나와 악수를 하며 수료증을 받는데 눈물이 나올 뻔했다.

사실 자칫 이 수료증을 못 받고 하마터면 큰 골칫거리가 될 뻔했다.

자기 일을 잘 챙기는 아이라 큰 아이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 편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부터 하고 피아노 연습부터 하는 아이라 사실 잔소리가 별로 필요 없는 아이다.

그런데 어느 날 D, A, R, E담당 경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 학기 동안 약물 오 남용에 관해 배운 내용을 에세이로 제출해야 하는데 제출기한이 벌써 오래 전에 끝났고 여러 번 재촉을 했는데 아직까지 안 내고 있다는 것이다.

담당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 결과 한번만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안 내면 졸업을 할 수가 없으며 이틀간만 더 기다려 주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하늘이 노래지면서 몸이 떨리기까지 했다.

아이가 이런 중대한 실수를 할 리가 없는데 왜 그랬지?

말을 못 알아들었나?

이젠 어지간한 말은 다 알아듣는데 에세이라는 말을 못 알아들었을까?

과목 선생님들은 아이가 영어 서툰 것을 알기 때문에 풀어서 쉽게 해주는데 경관은 아마 그런 배려가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마 못 알아들었을 것이다.

깜짝 놀라 그런 사실을 말해주니 울먹이며 자기는 알아들을 수 없어서 그런거라며 그 자리에서 아빠 도움도 별로 받지 않고 그럴듯하게 에세이를 써내는 것이다.

마감 하루 전에야 가까스로 통과해서 이런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먼 이국 땅에 와서 어쨌건 처음으로 받는 수료증을 보니 기특하고 흐뭇한 마음이다.

수료증을 손에 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나연이는 아무 것도 모르고 오빠 에세이 상 못 받았다고 너무나 아쉬워한다.


'지극히 미국적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렌타인 데이를 앞두고.  (0) 2003.02.12
율동 발표회  (0) 2003.02.10
침통한 미국.  (0) 2003.02.06
시민의식이 투철한 미국인!  (0) 2003.01.11
이삿짐을 싸며.  (0) 2003.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