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수영장에서 느낀 이들의 질서의식

김 정아 2005. 7. 29. 00:09

2005년 7월 28일 목요일

 

이제 10여일 남짓이면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거의 모든 시설에서 아이들을 위해 마련했던 강좌들이나 취미활동들이 막을 내려가고 있다.
서서히 개학 준비를 위해 쇼핑을 다녀야 할 때이다.
새 가방이나, 새 신발, 새 옷들을 준비하기 위해 아이들과 오전엔 쇼핑을 다녀왔고, 오후엔 동네 수영장에 갔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개방하는 수영장이 우리 동네엔 두 곳이 있다.
물론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완전무료라고 할 수는 없다.

수영장엔 의무적으로 '라이프 가드'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할 규칙도 있다.
12세 이하는 부모가 동반해야 하고, 아이들의 경우엔 50분 수영하고, 10분을 꼭 쉬어주어야 한다.

 

처음엔 그 규칙이 참으로 이상했다.
1시간을 하던, 2시간을 하던 그것은 개인의 자유 의사이고, 개인의 역량에  맡겨야 할 것 같은데 꼭 매 50분이 되면 호각을 불어 "adult swim"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일제히 그 소리에 맞추어 수영장 물 밖으로 나와야 하고 어른들의 수영 시간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체력이 약한 아이들을 배려하고, 미연의 사고를 미리 대비하려는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정말 미국다운 행동이라 느끼게 되었다.

 

 

오늘 수영장의 다이빙대에서 점프를 하던 남자아이가 뛰어 내리다 등을 다이빙대에 부딫히는 사고를 당했다.
모든 라이프 가드가 구급약통을 들고 뛰어 나왔고,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수영장 물 밖으로 나오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아무도 주저하지 않고 모두 수영장 밖으로 나와서 기다렸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난 미국이란 나라가 무서워졌다.

 

 

자주 다니는 길거리에 어느 날 비가 많이 와서 신호등 하나가 고장이 났다.
사거리도 아니고 양쪽 왕복 차선에 주택가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이 하나 나 있는 삼거리에서이다.
글쎄, 우리 나라에서라면 운전자들이 거의 신경을 안 쓰고 그냥 지났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운전자들이 옆에서 나오는 차량이 없는데도 정지선 앞에서 모두 한번 섰다가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막히지 않는 길이 꽤나 길게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순간 나는 거의 감동의 지경에 빠져들었다.
어쩜 저렇게 잘 지킬까?
경찰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좌회전 차량이 있는 것도 아닌데.

 

철저한 질서의식, 시민의식들이 미국이란 나라의 든든한 기초가 되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나라에서라면? 생각이 들었다.
미국인에게 본받고 싶은 것 중의 하나인 시민의식이다.

 


 

*어느 토요일 오후엔 우리 아이들 단 2명이었습니다. 쉬고 있는 라이프 가드들에게 미안했습니다. 2명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올라가 지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