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황당한 하루

김 정아 2019. 6. 16. 11:18

2019년 6월 14일 금요일

일주일 중 금요일이 가장 바쁜 날인데 오늘 예능 프로 하나 보다가 출근시간이 늦어 버렸다.

아차 싶어 정신 없이 가고 있는 중에 가게에서 전화가 왔다.

가게에서 오는 전화가 나는 정말 싫다. 

전화가 온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고 그 중 출근전 전화는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뭐가 문제가 있나 싶어 조심스럽게 받으니 가게 오븐이 돌아가기는 하는데 한 시간이 지났어도 뜨거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아래 것을 쓰고 윗 것은 꺼 놓고 쓰지 않으니 우선 위에 것을 켜서 쓰라고 했는데 위에 것도 똑같다는 것이다.

알았다고 끊고 온 정신을 다 쏟아 보아도 특별하게 고장 날 이유가 없다.


어제도 멀쩡했고 어제 밤에 업체에서 와서 오븐 후드 청소를 한 것 밖에 달리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무슨 일인가 하고 가게에 도착했다.

코드를 뺐다가 다시 꼽고 브레이커를 껐다가 다시 켜도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바쁜 금요일 답게 그 사이 손님들은 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오븐 기술자한테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속은 바짝바짝 타 들어가고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한참을 생각해 봐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 후에 오븐 기술자가 오늘 올 수는 있는데 언제 올 지는 모른다고 하니 일단 가게 문을 닫기로 하고 안내문을 문마다 붙여 놓고 온라인 오더도 다 막아 놓았다.

직원들에게 기술자가 언제 올 지 모르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으니 두 명이 집에 가겠다고 해서 돌려 보내고 혼자 기술자를 기다리는데 부엌 아줌마가 자기도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생각보다 빨리 기술자가 와서 보더니 개스 밸브가 잠겨 있다며 왜 이러냐고 묻는다.


생각해 보니 어제 청소 업체에서 청소를 하면서 밸브를 잠궈 놓고 다시 원위치를 시켜 놓지 않은 것이다.

 오븐 후드 청소하는데 개스 밸브를 잠굴 것이라는 것을 생각도 못했고 둔한 나는 거기에 개스 밸브가 있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바탕 난리 후에 오븐은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이제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다행히 월급 받으러 주방 아줌마가 왔는데 오늘 응급 상황이니 일을 좀 하라고 했더니 바로 오케를 해서 주방 아줌마 둘과 베이커 한 명과 정신 없이 밀려 드는 손님들을 받았다.


점심 장사가 끝나고 보니 난 기진맥진해서 집에 갈 힘도 없었다.

하루 가게 문 닫을 생각했는데 이나마 빨리 해결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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