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이제 발 뻗고 자겠네

김 정아 2018. 9. 9. 22:12

2018년 9월 8일 토요일


어디나 그렇듯 내가 하는 업종도 늘상 직원들 문제로 애를 먹는다.

너무나 단순한 일이라 고급인력이 필요하지도 않고 머리 쓸 일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시급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곳에 비하면 훨씬 후한 편이긴하다

 

여름방학엔 고등학생들이 있어 정말 편하게 몇 달을 지냈다

방학이 지나면 학교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것을 대비해 인력보충을 예비해 놓아야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일을 제일 잘 하는 팀리더가 다른 팀리더와의 불화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둔 것이다

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몇 번을 붙잡았는데 맘을 돌리지 못했다

 

사람이 구해지지도 않지만 그 팀리더를 대신할 사람으로 만들어지기까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 한숨부터 쉬워졌다

그 아이 덕에 내가 일주일 정도는 여행을 다니기도 했는데 앞으로 몇 년 동안 가게에서 옴짝달싹 못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다행히 아줌마 캐쉬어 하나를 구했는데 첫날 음식을 훔쳐 먹다 나한테 딱 걸렸다

짧은 순간 수 많은 생각이 겹쳤다

 

다음주부터는 잏 할 사람도 없는데 눈 감고 모른척해야하나? 첫날부터 신뢰를 잃었는데 내가 이사람이랑 일을 할 수 있을까? 첫날 음식을 훔쳐 먹는데 돈은 안 훔쳐 갈까? 하다 내가 아무리 고생을 한다 해도 이 사람은 쓸 수 없어 그날 일 한 돈을  주고 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부엌 아줌마가 고등학교 갓 졸업한 남자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완전 막강 바보를 데려 왔다

보통은 내가 몇 시간을 트레이닝을 시키면 이튿날 정도는 쉬운 것은 오더를 받는다

그런데 몇 번을 가르쳐도 못 알아 들어 내 발음이 안 좋아 그런가하고 냉장고에 있는 사과 쥬스를 꺼내 들어 가르쳐도 계산대에서 못 찍는다

내가 전의를 상실해 3일째에는 아무 것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 그 아이는 옆에 고이 모셔두고 내가 일을 다 했다

다행히 4일 째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는 아침 8시30에 나서 밤 10시30에 집에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더니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해 토하고 설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제 몸이 힘든 일을 거부한다

 

그런데 오늘 일이 대충 정리가 된 것 같다

3일 전에 흑인 여자 애를 구했는데 하루 가르쳤더니 어제부터는 혼자 곧잘 하더니 오늘은 내가 사무실에만 앉아 있어도 나를 부르지도 않고 모든 일을 혼자 척척 해내는 것이다

 

거기에 대학으로 돌아갔던 애가 다시 왔다

이번 학기 쉬기로 해서 다음주부터는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오늘 모처럼 해를 보고 퇴근을 했다

마음이 가볍기만 하고 오늘 밤은 발을 쭉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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