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뜻하지 않은 만남

김 정아 2014. 10. 15. 13:05

2014년 10월 29일 수요일


오늘 참으로 반가운 분을 만났다

거의 20년 전 쯤에 안양에서 근무하다가 내가 사는 광명의 한 중학교로 전근을 갔는데  내 옆자리에 가정 선생님이 계셨다.


나이가 거의 8년 이상 나보다 연상이었지만 같은 동향이라서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 속 깊은 이야기도 많이 했었다.


1년 후에 그 선생님은 3학년 담임이 되어 3학년 전용 교무실로 옮겨 가고서도 복도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4년 후에 난 다시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의 중학교로 전근을 왔고 그 선생님도 다음 해에 안산으로 옮기셨다.


그 이후로 메일을 통해 난 퇴직을 하고 휴스턴으로 왔다는 소식, 선생님도 명퇴를 하시고 부군께서도 은행장을 은퇴하시고 부동산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 7월에 카톡을 통해 텍사스에 가는데 휴스턴도 들리니 얼굴 한 번 보자는 말을 듣고 엄청 설레며 기다렸다.


오늘 드디어 처음으로 만난지 20년 만에 가게에서 기쁨에 겨운 상봉을 했다.

" 김선생, 하나도 안 변했다"

" 세월이 20년인데 어떻게 안 변해요. 근데 선생님도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 하며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았다.


교장 교감을 바라보며 끝까지 학교에 남아 있을 것 같은 교사들은 이미 명퇴를 하고 자리에 하나도 욕심 없을 것 같은 교사들은 아직도 현직에 있다는 소리에 놀라고 , 내 앞자리에에 앉았던 정말 욕심이 없을 것 같던 나랑 같은 학번이었던 또 다른 가정 선생님이 교감이 되었단 소리에 팔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아직 교직에 있었다면 내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교감을 포기하고 있기도 자존심 상하고 , 그렇다고 교감을 욕심내기는 내 능력이 안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상황이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여행 일정이 바빠 오랫동안 이야기 못하고 헤어진 게 못내 서운하지만 뜻하지 않은 이 만남의 감동은 오래 갈 것 같다.


20년 전에 감히 생각도 못 했었다.

부엌에 들어가는 것을 끔찍히 싫어했던 내가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게 될지, 광문여중을 떠나 오면서 텍사스의 소도시에서 선배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인생이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들고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하루였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처럼 휴일  (0) 2014.11.27
새 휴대폰  (0) 2014.11.20
생일 상도 받고 쑥스럽네  (0) 2014.09.04
이건 무슨 컨셉의 옷이냐고요? 아동복?  (0) 2014.08.05
슈가와 함께 하는 아침 운동  (0) 201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