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드디어 나에게도 메니저가 생겼네

김 정아 2012. 6. 28. 12:16

2012년 6월 25일 수요일

한국에서 돌아와 보니 많은 새 직원들 사이에 메니저라는 사람이 끼어 있었다.

이전에 어느 프랜차이즈에서 메니저 일을 하다가 사정으로 그만 두었는데 우리 마켓팅 전문가가 소개를 시켜 주어서 인터뷰를 하고 남편이 채용을 한 것이다.

나 없는 동안 시스템을 대폭 바꾸어 놓은 남편은 한동안 셋업이 될 때까지만 자기 말을 따르라고 했다.

내가 했던 많은 부분을 메니저가 할 테니 나는 절대로 샌드위치를 싸거나 손에 물을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없어도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갈 테니 난 사무적인 일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편은 자기 직원들과 잠시 점심을 먹으러 가게에 들러서도 혹시나 내가 부엌에 나가 일을 할까봐 나를 감시했다.

아들도 아빠가 그런 시스템을 만들려고 무척 애를 썼는데 엄마가 다시 일을 하면 수포로 돌아갈 것이기때문에 절대로 일을 직접 하지 말고 지시만 하라고 한다.

 

남편이 애써 만든 시스템이라니 나도 따를 수 밖에 없어 내 사무실에 앉아 CCTV를 보면서 컴퓨터 일을 했는데 아무것도 잘못 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메니저는 모든 일을 알아서 잘 지시하고 관리를 해 나가고 있었다.

굳이 내가 가게에 나올 일도 없을 정도였다.

 

캐더링 오더도 완벽하게 받아 배달까지 척척 해 내고 ,어디가 지저분 할 때도 주저 없이 직원들을 부려 시정하라고 명령을 하고 ,손님들에게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래서 가게에 12시에도 1시에도 나갔다가,  4시에도 5시에도 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 한 없이 수다를 떨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고,  날이 서늘해지면 언제든 놓았던 골프를 다시  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친구들과 브런치를 먹느라고 가게에 들어가니 2시가 다 되어 있었다.

나 갑자기 이렇게 편해져도 되는거야? ㅎㅎ

게으름을 부리자면 하루 이틀 내가 가게에 나오지 않아도 모든 것은 물 흐르듯 흘러 갈 것이고, 누구 말대로 수금만 해 가면 되는 진짜 싸장님이 된 것 같다.

 

메니저를 채용했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좀 못마땅했다.

내 노선은 내가 좀 힘들어도 몸 움직여서 인건비를 줄이자는 주장이었고, 남편은 가게를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돈이 좀 들더라도 자기 마누라  몸이 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채용하고 나니 이렇게 좋은 것이다.

일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으니 이제 좀 시간을 가지고 여유를 즐길 때도 되었고 메니저가 1주일에 2천불 이상은 올려 준다고 했으니 ,1천불만 올려도 메니저 월급이상은 나올테니 아무 걱정 없이 쉬어야겠다.

 

*새 파라솔을 사다 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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