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8일 수요일
오늘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태희를 위한 송별회가 있는 날이었다.
그동안 같이 많은 시간을 보냈던 아시아 친구들과 유진 집에서 간단히 브런치를 먹으며 송별의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오랜 친구들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침 7시도 안 된 시간에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꼭 하필 오늘 베이커가 못 나온다는 전화였다.
왜 꼭 하필 오늘이냐고?
다른 파트 직원들이 못 나오면 대체 인원이 있는데 우리 가게 베이커는 딱 한 명이다.
지금까지 1년하고 3개월 동안 베이커인 Leopoldo는 정말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을 해 왔다.
그 동안 단 하루도 결근을 한 적이 없는 직원이다.
아파도 가게에 나와 빵을 구워 놓고 일찍 들어갔을망정 단 한 번도 일을 안 나온 적이 없던 사람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베이커를 만났고 그래서 어떤 오너들보다 행복한 오너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결정적인 순간에 베이커가 아픈 것이다.
어제도 아파서 일찍 들어갔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심한 모양이다.
게다가 부엌의 두명이 더 못 나온다는 전화가 왔으니 더 이상 고민할 일도 아니고 난 생업전선으로 나가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아침에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가게에 나갔다.
메니저와 내가 빵을 굽기로 했는데 두명이나 더 못 나온다니 빵 만드는 일에 두 명이나 매달릴 수는 없어서 메니저는 다른 일을 하기로 하고 내가 빵 만드는 일을 전담하기로 했다.
내가 간혹 피자 full batch를 굽는다거나 일반 빵 half batch를 굽는 일은 해 보았어도 쿠키부터 시작해 온전히 가게의 하루 물량을 전적으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온 몸을 관통했다.
그러나 나 밖에 다른 대안이 없으니 어쩌랴!
챠트를 봐 가면서 온몸에 밀가루를 묻혀가며 땀을 흘려가며 모든 빵을 다 구웠다.
직원들은 눈이 동그레지며 내가 이렇게 많은 빵을 만들었다는 것에 놀랐다.
다 하고 나니 온 몸 구석구석이 아파오지만 내 일에 대한 자신감이 더 생겼다.
*초보 베이커 티를 팍팍 내고 있습니다. 앞치마에도 손에도 팔목에도 옷에도 밀가루를 묻히고 있습니다. 일이 손에 익지 않으니 치워도 치워도 정리가 안 되고 바닥에도 밀가루 천지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고생했다고 안마도 해 주고 오늘 최고로 일을 잘 한 사람이라고 칭찬도 해 주더군요.
할라피뇨 치즈 빵이 저렇게 구워져서 나왔고 , 처음으로 쿠기에 피자까지 총 네 종류의 빵을 다 구워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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