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일 목요일
20년 전 12월 1일 일요일, 우리가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부부가 되었는데 벌써 이렇게 세월이 흘렀네요.
돌아보면 다른 부부들처럼 아웅다웅 다투기도 했고 ,아이들의 재롱 속에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도 하면서 이렇게 20년을 맞았습니다.
한창 혈기 왕성했던 27, 28세에 만났는데 세월이 흘러 이제 저는 바늘귀도 못 꿰고, 당신 역시도 책을 읽으려면 안경을 벗었다 끼었다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20년 후엔 아마도 이가 시원찮아 치과에 들락거리게 될것이고, 신체의 모든 기관들이 하나씩 제 기능을 잃어가겠지요.
그래도 당신이 내 곁에서 같이 늙어간다면 그것 하나로도 위안을 삼아 늙는 것이 서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살면서 무던히도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일도 많았고 ,또 당신과 같이 산 20년 세월이 쉽지는 않았지요.
불같은 성격에 수다가 많지도 않은 나의 말 몇 마디에 화를 내고, 철저한 당신에 비해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한 내 성격이 당신을 답답하게 만들기도 했을 것입니다.
수없이 싸우고 화해했던 세월이 그냥 흘러버리지 않아 20년 즈음엔 좀 편안한 마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년 전, 다이아몬드를 못 주어서 미안하다고 했을 때 제가 그랬지요
"앞으로 20년 후에 주면 되요"
흘러가는 듯한 빈말을 잊지 않고 이렇게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받게 되니 다이아몬드 보다도 당신에 대한 믿음이 더 깊어집니다.
앞으로 20년 후에도 당신은 내 옆에서, 나는 당신 옆에서 늘어가는 흰머리를 서로 애석히 여겨가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그런 노부부가 되기로 해요.
*당신을 나의 남편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당신의 아내가 드립니다.
*20주년 결혼기념일 선물로 미리 받은 목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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