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오랫만에 내린 단비

김 정아 2011. 8. 28. 02:52

2011년 8월 25일 목요일

우리 지역이 한 달이 넘도독 비 한 방울이 내리지 않아 요즘 극단의 조치로 제한 급수가 실시되고 있다.

사람이 먹는 물은 하루 종일 나오지만 정원의 잔디에 주는 물은 제한이 되어 일 주일에 줄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이 있다.

그동안 전문 잔디 회사 사람들이 나와서 잔디를 돌봐주고 있어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제한 급수로 인해 며칠 사이에 잔디가 말라가고 있다.

집 주위의 다른 가구들도 마찬가지 사정이어서 잔디가 파랗게 잘 자라고 있는 집은 아마도 제한 급수를 어기는 사람들일 것이다.

어길 경우 벌금을 문다는데 아마도 파란 잔디를 가지고 있는 집은 벌금 대상일 것이다.

 

가게의 잔디와 나무들도 물기를 잃어 가고 있어도 사회적인 눈치때문에 스프링클러를 꺼버린지 오래다.

여러가지가 문제지만 그 중에서도 여름 한 철 잔디을 깍아 한 해를 사는 멕시코 사람들의 타격이 큰 듯하다.

집집마다 잔디가 자라지 않으니 그들이 일을 할 곳이 많이 없어진 것이다.

매주 한 번씩 잔디를 깎으로 우리 집에 오는 멕시칸들이 어제 왔는데 깎을 잔디가 없어서 그냥 돌려 보냈다.

사람들의 생계와 직결 되니 나도 어지간하면 깎으라고 했을텐데 다 죽어가는 잔디를 깎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루 하루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아침엔 하늘이 꺼멓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물론 매출은 떨어질 것이지만 내 개인의 비지니스보다 사회적인 열망이 더 중요하기때문에 나도 내리는 비를 정말 고맙게 쳐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그 비를 뚫고도 손님들이 내 가게를 찾아 주었다.

'Back to school' 기간이라 모든 가게의 매출이 줄어 들고 있다고 해 나도 아주 저조한 실적이라도 받아드리고 마음의 실망을 갖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4일만에 정상으로 돌아오니 '하느님 감사합니다.'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오늘 하루 이러다가 다시 저조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떤 상황이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비가 와서 또 감사한 마음인 하루였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 20주년에   (0) 2011.12.02
"모자지간에 오늘 뭐 하는 날이니?"  (0) 2011.10.23
정신 없었던 아침  (0) 2011.08.25
선착순으로 드립니다.  (0) 2011.07.26
안타깝지만 숭고한 이별  (0) 2011.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