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모자지간에 오늘 뭐 하는 날이니?"

김 정아 2011. 10. 23. 08:00

2011년 10월 22일

남편은 샌디에고로 출장을 갔고 오늘 아침에 나연이를 치어리더 학원에 내가 데려다 주어야 하는 날이다.

9시까지 가는 날인데 8시 45분쯤에서야 친구 집에 들러서 티셔츠를 받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간에 부랴 부랴 주소를 찾아서 네비에 입력을 하고 티셔츠 값을 체크로 내야 한다고 해서 운전하며가방을 뒤져 체크 북을 찾고, 또 가방 속에서 볼펜을 찾느라 운전에 집중 할 수가 없었다.

 

그 친구 집 동네로 들어가서는 이 골목인가 저 골목인가 또 찾느라 기웃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경찰차가 불을 키고 달려온다.

돌아보니 달리고 있는 차는 나 밖에 없으니 나를 잡으러 온 것 같다.

그러고 보니 stop에서 안 서고 슬슬 운전해서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경찰이 와서 차문을 내리고 왜 잡았는지 아느냐고 물어 스탑 사인에 안 선것 같다고 했더니 맞다고 하며 티켓을 주었다.

아침에 이 길은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앞으로는 스탑 사인에서 꼭 서라는 말을 하고 경찰은 떠났는데 너무 신경질이 나고 기분이 나쁜 것이다.

 

이 녀석이 조금만 일찍 말해 주었어도 다 준비하고 여유롭게 갔을텐데 치어리더 시간에도 늦었고, 이것 저것 찾느라고 분주하지만 않았더라도 스탑 사인에서 안 서는 일은 없었을 것인데 괜히 나연이한테 온갖 짜증을 다 부렸다.

방어교육 받느라고 시간 내서 학원에 앉아서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또 들을 생각하니 암담하고 300불이 넘는 벌금을 내야 하는 일도 짜증 나고.....

어찌했건 치어리더 학원에 도착 했는데 아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의무 연습이 아니고 자발적인 연습이라 아이들이 안 나오면 그것으로 끝인 것이다.

괜히 아침에 시간 내서 나가서 연습도 못하고 가게는 가게대로 늦게 나가게 되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달리다 사고가 나서 사람이 다친 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운전 경력 10년인데 그 까짓 두 번 티켓 받은 것이면 얼마나 양호해 하면서 마음을 달래니 많이 가라 앉았다.

 

가게에 도착해 한 시간 쯤 지나니 원석이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어떻게 해? 나 휴스턴 가다가 방금 전에 경찰한테 속도 위반으로 티켓 받았어 "

"모자지간에 오늘 무슨 날이냐? 엄마도 아침에 스탑 위반으로 티켓 받았다.우리 아빠한테는 말하지 말자"

"엄마도 티켓 받았다고? 우리 어떻게 해?"

좋은 일도 아니구먼 이 녀석은 엄마를 그대로 따라 하네.

그나저나 벌금 내려면 맘이 너무 쓰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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