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우리 집 텃밭이 이렇게 무성해졌어요.

김 정아 2010. 6. 9. 05:32

2010년 6월 8일 화요일

틀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해 직장을 다니면서 회식을 해도  밤 10시 넘어까지 밖에 있어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때는 물론 아이들이 어리기도 했지만 참으로 무미건조한 사람이라 남들과 어울려 노래방에 간다거나 유흥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는 난생 처음으로 내 틀을 깨고 오늘 새벽 12시 30분에 집에 들어오는, 내 생애 진귀한 경험을 했다.

출장을 갔다가 돌아온 남편은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며 쇼파에 누워 잠이 들어버렸다.


성당에서 두번의 결혼식을 치르면서 혼주들께서 성모회 식사나 하라고 금일봉을 주셔서 단합대회를 한다고 무조건 하루 밤을 비워 놓으라고 해서 다운타운의 근사한 일식집에 가서 배불리 먹고 노래방에 가서 두 시간 반을 놀고 나니 시간이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집에 들어오고 나서 침대에 누워 뒤척거리다가 깊이 잠들지도 못하고 깨어서 남편 출근도 전에 나부터 나와 골프장으로 향했다.

날이 너무 더워 아침 일찍 골프를 친다고 티타임을 7시 20분에 잡아 놓아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왔는데 13번 홀에 들어서니 갑자기 돌풍을 동반한 소나기가 억수로 내리는 바람에 비에 젖은 생쥐꼴이 되어 클럽하우스에 갔다가 비가 그칠 기미가 안 보여 집으로 돌아왔다.


비가 그치고 뒷마당에 나가보니 어제까지 파랗던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두 달 전쯤에 텃밭을 일구고 모종 몇 개를 심었는데 도통 키도 크지 않고 그대로여서 남편은 거기에 온갖 정성을 들였다.

토마토에 지주대도 해 주고 흙을 사다가 다시 뿌리고 영양제까지 주니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갔었다.

그러더니 토마토 하나가 달려 커가는 것 까지는 보았는데 오늘 보니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뿌려 놓았던 쑥갓도 나고 (별로 상태는 안 좋다) 부추도 가느다랗게 올라오고 깻잎도 무성하게 쑥쑥 올아오고 있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더니 남편의 정성어린 돌봄에 저렇게 보답을 하고 있나 싶다.


*두 달 전쯤의 모습입니다.


위에 저랬던 모종들이 이렇게 커가고 있습니다.


*토마토 하나가 열려서 이렇게 익었는데 가까이 보니 새가 다 쪼아 먹었어요.

식구들이 토마토를 안 좋아하니 그냥 새 먹이나 주어야겠어요.


*고추도 이렇게 하나가 매달려 있네요.


*부추도 소복하게 올아왔는데 두꺼워지지를 않네요.


*몇 개를 솎아 내어 화분에 심어 보았습니다.


*깻잎이 왜 이렇게 동그랗게 오그라드는 지 아시는 분 , 이유 좀 알려주세요.


'나? 백수 아줌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악 감상하세요.  (0) 2010.07.02
휴스턴 체류기, 4년연속 우수 블로그로 선정되다.  (0) 2010.06.30
소소한 일상  (0) 2010.05.09
사소한 이야기들.  (0) 2010.03.16
오늘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0) 2010.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