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일 수요일
다운타운의 영화관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를 상영한다는 소리를 듣고 친구와 보고 왔다.
영화에서 내가 자장 싫어하는 장르가 호러나 공포, 엽기 영화이다.
이 '박쥐'라는 영화는 이 세가지를 다 포함하는 부류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나라 문화에 대한 갈증과 열망이 등을 떠 밀었다.
여기서 기껏 볼 수 있는 한국 영화라야 비디오로 복사한 ,화면이 희끗거리는 것이나 아니면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작은 컴퓨터 화면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전부이다.
대형 스크린에서 한국말로 하는 영화를 언제 봤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이다.
미국 영화 시장에서 우리말로 우리나라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데 호러물이나 공포 영화면 또 어떠랴.
무서움때문에 며칠 잠 못잔다해도 무슨 대수랴 싶어서 오늘 마음을 굳건히 먹었다.
예전에 '여고괴담'이라는 영화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보고서 정말 며칠동안 밤에 화장실도 못 갔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다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간 극장은 상업 영화보다는 대중성으로 성공하지 못했어도 작품성이 좋은 영화나 우리나라의 저예산 독립영화같은 것을 상영하는 극장인 것 같다.
상영관에 들어가니 예상대로 우리 둘 이외엔 사람이 없었다.
마치 내 개인용 영화관처럼 편하긴 했으나 더 많은 사람이 보았다면 더 뿌듯하고 만족스러울 것 같다.
신부의 길을 걷던 상현(송강호)은 생체실험실에 갔다가 피를 잘못 수혈받아 벰파이어가 되고 어린 시절 친구의 아내였던 태주를 만나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결국 태주의 남편을 호수에 빠트려 죽게 만들며 상현과 태주는 잠시 죄의식에 사로 잡히게 된다.
피를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상현은 신부복을 벗어버리고 태주와 피를 서로 나누게 되어 태주도 벰파이어가 된다.
거리낌없이 살인을 해 피를 먹는 태주와 그래도 한가닥 양심은 남아 있어 태주를 말리려는 상현.
그 두사람의 삶은 이승에서도 지옥이며 저승에서도 분명 지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상현은 현세에서의 삶을 버리고자 태주를 태우고 바닷가 가서 차 열쇠를 던져 버리고 떠오르는 햇살에 몸이 까맣게 타 들어가면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벰파이어를 다룬 영화인데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그렇게 공포스럽지도 않았고 호러물도 아니었다.
간간히 휴머니즘적인 면도 많이 나왔고 불륜이지만 로멘스도 나왔다.
여배우의 상반신 노출이라든지, 남자 배우의 적나라한 성기 노출이 좀 충격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미국의 어떤 영화와 견주어도 뒤지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여주인공(김옥빈)의 감정 표현이 어색하고, 섬세한 면을 나타내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만에 그럴싸한 영화를 한국말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4월에 상영한 영화를 이렇게 빨리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행운이다.
*이 '박쥐'는 이번 목요일에 막을 내리고 이번 금요일부터 '나무 없는 산'이라는 한국 영화가 상영됩니다.
휴스턴에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한국 영화를 아끼는 마음에서 같이 가실래요?
아래 영화관 웹사이트를 링크 걸어 놓았습니다.
웹사이트에 주소나 정보가 들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treeless mountain'을 클릭해 보세요.
한국에서는 09년 8월 27일에 개봉이 되었고, 미국에서는 09년 4월 22일에 개봉되었네요.
*아래는 박쥐에 대한 평가입니다. 대체로 아주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더군요.
미국판 제목은 'Thirst'더군요.
Los Angeles Times | Betsy Sharkey
Are you hungering for that rare vampire movie with serious intellectual heft, ravishing undead, biting passion and a healthy splash of irony as well as iron in all that spilled red blood? Wait no longer, Korean auteur Park Chan-wook's Thirst should satisfy.
The New York Times | A.O. Scott
Unfortunately, it is also less than the sum of its parts -- overly long, lacking in narrative momentum and too often choosing sensation over coherence.
USA Today | Claudia Puig
Forget "Twilight." Fans of vampire movies are not likely to see anything more graphic, extreme or twisted than Thirst
*오늘 영화가 상영된 극장 앞이고요.
*한국 영화 '나무 없는 산'의 광고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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