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7일 월요일
한국 영화 '나무 없는 산'이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한국에서 8월 말에 개봉된 영화를 이렇게 빨리 미국 땅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신기할 뿐이었다.
먼저 보고 오신 분이 너무 재미없고 따분하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영화라는 사실에 봐 주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도 들었고 ,수많은 한국 영화중에 미국 극장에 걸릴만한 영화라면 어느 한 부분이라도 뛰어난 부분은 반드시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삶에 찌든 진과 빈의 엄마는 아빠를 찾으러 가겠다며 어린 두 자매를 고모에게 맡기게 된다.
돼지 저금통이 다 차면 돌아올거라는 엄마 말에 아이들은 메뚜기를 잡아구워 팔기도 한다.
밥을 달라는 아이들 말에 고모는 나가서 사 먹으라고 돈을 주는데 작은 동전으로 거스름돈을 내 준다.
아이들은 돼지저금통에 들어있는 큰 동전을 가지고 나가 작은 돈으로 바꾸어 돼지 저금통을 다 채웠다.
가득 든 돼지저금통을 들고 나가 버스 정류장에서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리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고모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엄마는 편지를 보내 아이들을 외가에 맡기라고 한다.
겨우 정이 든 고모를 떠나 진과 빈은 후미진 시골 동네로 보내진다.
더 추워진 그곳에서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우며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엄마를 기다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극중 인물들 간의 갈등이나 클라이맥스 같은 긴장감이 없이 영화가 너무 잔잔해서 얼핏 졸음이 오기도 했지만 가을 햇살 같이 투명한 영상미가 아름다웠고 어린 소녀들의 감성에 같이 빠져 들수 있었던 영화였다.
남자들이 느낄 수 없는 섬세한 마음의 떨림같은 것들도 있었고 ,어린 진이 동생 빈을 감당해야 하는 막막함도 느껴졌다.
전문 배우들이 아닌 것 같은 투박함도 느껴졌다.
할머니 할아버지나 고모, 현과 현의 엄마는 분명 전문 배우들은 아닐 것이다.
객석에는 우리 한국인 네명과 외국인들 15명이 같이 보았는데 그들은 어떻게 느꼈을 지 궁금하다.
'집으로'라는 영화를 보면서 잔잔한 감동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어떤 면으로는 부끄러움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현대화된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도 많지만 시골 오두막 같은 집에 70년대를 영상케 하는 배경들이 아직도 한국은 지지리 궁상을 떨며 사는 나라로 생각할 것 같아서였다.
이 영화 역시도 아궁이에 불을 때 물을 데워 손을 씻고, 메뚜기를 잡아 불에 구워 학교 앞에서 팔아 용돈을 마련하는 장면등이 속을 불편하게 했다.
시대 배경이 분명 2000년대인데 요즘 세상에 메뚜기를 잡아 먹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프로나 될까?
40대 중반인 나도 메뚜기를 구워서 먹어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영화를 통해 한국을 아직도 그런 나라로 오해하는 일이 없을 것 같지도 않다.
이 영화를 만든 김소영 감독은 아주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나 미국에 살고 있는 1.5세대 한국인이고 그녀의 남편도 한국의 문화와 거리가 멀 것 같은 미국인이다.
이 영화를 어린 시절, 자신이 처해있던 상황을 기억해 만든 것이라고 하더니 아무래도 지금의 한국과 어린 시절의 한국을 헷갈려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허름한 아파트에 살면서 자신이 키울 능력도 안 되어 근근히 살아가는 고모나 외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기면서 사립초등학교를 보내는 것도 내 머리 속에서는 그리 이해가 되는 부분도 아니다.(내가 영화를 너무 분석하며 보았나?)
앞으로 미국에 상영되는 한국 영화는 우리의 위상을 높이면서도 예술성도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한국 영화가 한류바람을 타는지 AMC라는 큰 영화관에서 '워낭소리'가 상영되고 있다.
꼭 가서 볼 것이지만 이 영화 역시 가난한 시골농가를 배경으로 한 것 같아 마음이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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