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2 목요일
큰 아이는 이제 제법 운전에 속도가 붙었다.
일요일에 성당을 가는데 남편이 조수석에 타고 원석이가 고속도로를 운전을
해서 다녀왔다.
집 주위 도로만 몇 번 다녀 본 아이에게 고속도로 운전을 맡겼다는 말을 듣
고 놀라기도 했지만 고속도로를 한 번 달려보아서 그런지 운전에 많은 자신
감을 얻은 것 같다.
3주간의 이론을 끝내고 14시간의 실습이 남아 있다.
그 중 7시간은 본인이 직접 운전을 하고 나머지 7시간은 다른 학생이 운전
하는 것을 차에 타서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차 안에는 세 명이 동승을 한다.
운전 강사 한 명과 운전자 학생과 관람하는 학생, 이렇게 셋이서 팀이 되어
서 한 시간은 운전을 하고 한시간은 뒷좌석에 타서 관찰을 하는 것이다.
월요일에 관찰자가 안 나와서 운전강사와 함께 2시간을 연습하고 왔다.
그러더니 어찌나 긴장을 하고 운전을 했는지 온몸이 쑤시다고 엄살을 떨었
다.
확실히 남자 아이라서 그런지 운전석에 앉으니 그런대로 폼도 나고 감각이
빠른 것 같다.
나연이는 어제 1교시도 시작하기 전에 교장 선생님한테 걸려서 학부모 사인
을 한 장 받아오라는 ‘dress code violatiion’종이를 내밀었다.
청바지에 구멍이 많이 났다며 청바지 대신에 학교 체육복을 입고 하루를 보
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교장선생님이 바보라며 눈물을 떨어트리고 울었다.
그 청바지를 지금까지 여러차례 입었어도 아무 소리가 없었고 내가 봐도 그
정도는 경고장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나도 속이 상하긴 하지만 내가 덩달아
교장선생님이 바보 같다고 할 수는 없어서 앞으로 안 입으면 되지 않느냐고
위로를 해 주었다.
미국이란 나라가 엄청나게 자유롭고 행동에 제약이 없는 것 같아도 곳곳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가 않다.
대체로 정해진 ‘dress code’가 있다.
학교에는 학교의 ‘dress cod’e가 있어서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도 없고, 끈
있는 셔츠를 입을 수 없고 셔츠가 너무 끼거나 너무 아래로 내려와도 안 된
다.
골프장에도 dress code가 있어서 어떤 곳은 셔츠를 바지 속에 넣어 꼭
벨트를 매야 하는 곳도 있다. 당연히 청바지는 입을 수가 없다.
나이트 크럽에도 정말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다.
자유로운 것 같지만 그 속에 분명한 규율이 있는 곳이 이 나라 인 것 같다.
나도 이번 주 몸 관리를 아주 잘 하고 있다.
이번 토요일에 자모회에서 배추 25박스를 사다가 김치를 담그기로 했기 때
문이다.
지난 번에 담근 20박스에서 5박스가 늘어났으니 정말 몸이라도 아프면 큰
일이기 때문에 되도록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피곤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골프 레슨을 받고 있는 우리 회원들도 이번 주엔 골프 레슨을 다 취소했다.
행여라도 다치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
큰 일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우리 회원들 모두 즐거움으로
알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기운이 내게도 전해져 와서 나도 즐거움으로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어제는 마트에 가서 매니저와 배추 무우등 주재료와 부재료들의 가격과 수
량을 이야기해 놓았고 성당에 가서 저녁미사를 보고 신부님께 김치를 담근
다는 이야기도 해 놓았다.
이제 건강한 몸으로 금토일 3일간 고생할 일만 남겨 두고 있다.
이 삼일만 무사히 넘기면 월요일엔 ‘대통령의 날’이라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니 맘껏 늦잠을 잘 수 있는 작은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경고를 받을만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무릎에 구멍이 좀 있긴 해도 저 윗부분은 주머니가 있는 곳이라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요. 나연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을 못 입게 되었다고 속상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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