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5 수요일
3주 만에 오늘 도서관으로 공부를 하러 갔다.
우리 Joan선생님은 2주 전에 버뮤다로 딸과 손녀와 여행을 떠나서 수업을 할 수 없었고, 지난 주에는 아이들의 봄방학 때문에 수업이 없었다.
2주간 수업이 없다고 하니 나를 비롯해 우리반 학생들은 선생님이 없는 곳에서 두 손을 번쩍 들며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학생이었을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수업이 없다고 좋아하는 것은 똑같다.
숙제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한데 하기 싫어 미루고 미루다 오늘 아침에서야 영어 사전 찾아가며 간신히 숙제를 다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도서관에 갔다.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오는데 도서관의 ESL의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Nancy였다.
낸시가 우리에게 할 말이 있다며 말을 잇는데 다음 주 월요일에 은퇴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어서 너무 슬프다고 했더니 자기는 정말로 기쁘고 행복하니까 자기를 위해 기뻐해 달라고 했다.
다음 월요일에 은퇴를 하고 머지 않아 Austin에 갈거라고 했다.
남편도 최근에 은퇴를 했고 언덕이 높은 곳에 집을 샀는데 집 뒷마당으로 사슴이 걸어다니는 곳이라 했다.
그리고 휴스턴에 딸도 있고 자기가 몸 바쳐 일했던 도서관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주 자주 휴스턴엘 올 거라고 했다.
낸시와의 인연도 5년은 넘은 것 같다.
처음에 ESL클래스를 신청하러 갔을 때 친절하게 대해주고 내 어려운 이름도 기억해서 도서관에서 마주칠 때마다 잊지 않고 불러 주었었다.
특히나 우리 반과 낸시는 다른 반보다도 훨씬 돈독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1년에 한 번 하는 도서관의 인터네셔널 파티 때는 우리 반 모두가 무대에 섰는데 그것을 굉장히 고마워 했고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 때도 우리에게는 항상 카드를 써 주기도 했다.
자넷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우리가 자넷 선생님 이름으로 책을 기증한 적이 있었는데 특별히 감사하다며 카드를 보내 주기도 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깊은 포옹으로 서로에 대한 염려와 우정을 보냈다.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남편과 여행을 다니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테니 낸시에게는 참 잘 된 일이긴 한데 그래도 너무나 뜻밖의 일이라 감정의 수습이 잘 안 되어 너무 섭섭한 하루다.
*저는 이날 선약이 있어 아쉽게도 자리에 못 나갔습니다. 가운데 같은 옷 한 벌을 입고 있는 분이 낸시이고 ,그 옆에 검정 윗옷을 입은 분은 우리 선생님이고 저기 있는 친구들은 도서관 클래스에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반이 아닌 사람이 두 명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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