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치어리더 예행 연습

김 정아 2008. 9. 30. 08:35

2008-09-28 일요일

성당의 주일 미사가 끝나고도 정리할 일이 많아, 9시 미사를 끝내고 사무실에 나간 남편이 다시 성당에 와서 나연이를 데리고 오늘 공연이 열리는 gym으로 가 주었다.

나도 성당의 모든 일을 끝내고 한국 마켓에 가서 장을 보고 집에 와서 정리를 좀 해 놓고 오늘 치어리더 예행 공연에 갔다.

 

이제 10월부터 나연이는 치어리더 시합을 각지로 다니게 되어 있다.

세 곳은 하루 전날부터 가서 호텔에서 묵어야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서너시간이 떨어져 있는 곳이라서 당일날 출발하면 경합 시간에 도착할 수 없어 미리 호텔을 잡아 하루 쉬었다가 다음 날 시합을 하게 된다.

내가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치어리더에 등록 시키지 않았을 텐데 나중에서야 알고 땅을 치고 통곡을 하며 후회를 했다.

남편이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내가 그 먼곳을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정말 감당이 안 된다.

설사 남편이 출장을 안 가더라도 항상 바쁜 남편한테 달라스까지, 샌안토니오까지 가자는 말이 안 나올 것 같다.

이미 나연이가 호텔을 다 예약을 해 놓았지만 남편한텐 아직 말도 못하고 있다.

치어리더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벌써 다음 달 한 번도 우리가 다른곳을 가야 해서 데려가지 못할 상황이 되었는데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데 한 술 더 떠서 이것이 자기를 모델학교에 보내주면 안 되느냐고 하니 정말 속에서 욕이 다 나오려고 한다.

아니, 난 지 봉이냐고?

일언지하에 묵살을 했지만 생각하면 아주 괘씸해 죽겠다.

지 욕심 때문에 난 아주 스트레스를 받든 말든 상관도 안 한다.

 

여하튼 10월부터 시작하는 시합에 대비해 오늘 full make-up을 하고 유니폼을 다 갖춰 입고 학부모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날이다.

나연이 유니폼은 아직 안 나와서 연습복을 입고 일괄적으로 구입한 화장품으로 화장도 하고 머리도 꼭대기에 묶고 리본을 하고 무대에 섰다.

 

150명이 넘는 치어리더 중에서 어쩜 동양인은 한 명도 눈에 안 보였다.

구경하는 학부형 중에서도 동양인은 한 명도 안 보였다.

나중에 나연이에게 물으니 한 명이 더 있다고 했다.

 

팀별로 나와서 공연을 했는데 나연이 팀은 끝에서 두 번째 쯤이었다.

나연이는 제일 끝에 서 있었는데 음악에 맞추어 노래를 따라 불러가면서 정말 열심히 하는데 ‘저 아이가 저렇게 열심히 했었구나, 외모 차별을 받아 제일 끝에 서 있을지도 모르는데 거기에 굴하지 않고 저렇게 행복하게 하고 있구나 ‘ 생각하니 마음 속에서 울컥 뭔가 올라오며 감동까지 느끼게 되었다.

난 아이를 태워서 gym앞에서 내려주고 끝날 때 쯤 데리러 가기만 했으니 얼마나 열심히 하는 줄도 몰랐고 사실 별 관심도 없었다.

싫다는 소리, 불평의 소리 한 마디만 했었어도 금방 치어리더 학원을 그만 보내려고 벼르고만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엄마들은 아마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했을 텐데 나는 돈만 내 주는 걸로 부모 노릇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그만 보낼까만 생각했었는데  아이한테 미안해 지기도 했다.

 

여하튼 내년에 다시 보낼까 말까는 올해 시합을 다녀 본 후에 다시 생각을 해 보기로 했다.

 

 

 

 

 

 

 

 

 

 

*아래 두 사진에 나연이 보이시나요? 연습복을 입고 오른 쪽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