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6일 수요일
오늘은 화영이네와 부부 동반으로 골프를 치러 가기로 했다.
요즘 내 마음이 우울하기도 하고 시부모님이 와 계셔서 하루 세 끼 밥 챙기기가 힘든 것을 알기도 하는 남편이 한 나절쯤 바깥 바람을 쐬라는 속마음을 받아들여 나도 기쁘게 따라 나갔다.
밖으로 표현을 안 하니 나에게 냉정하다, 무심하다 등등 불만의 소리를 많이 하기는 해도 마음 속엔 나에 대한 한 없는 애정을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
본인은 수시로 다니는 출장을 거의 일반석을 이용하지만 불행한 일로 한국에 다니러 가야 하는데 몸이라도 편해야 한다며 비즈니스 석을 끊어 주기도 하고 , 동생의 소식 앞에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만큼이나 아파하는 마음에 내가 오히려 더 위로를 해 주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더 빛이 나는 사람을 만나게 해 준 것에 감사한 요즘이다.
어려운 일을 겪으면 사람을 더 정확하게 판단하게 되는 것 같다.
내 남편은 영원히 나의 편이며, 친구들에게도 아주 감사하다.
내가 한국에 가서 없는 동안에 자기네 가족들처럼 우리 식구들을 챙겨 준 친구들, 먼 곳에 살면서도 두 아이의 학원을 하루도 결석 없도록 태워다 준 친구들, 음식을 해다 주고 용기를 주었던 친구들이 많아 어려움 속에서도 마음이 따뜻했다.
유진, 태희, 화영, 윤지네, 더글라스 아저씨는 내가 지금껏 믿어 왔던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나 또한 그들처럼 성의껏 도울 것이다.
이런 좋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우울함 속에서도 힘이 나는 것 같다.
여하튼 오늘 바람은 엄청 불었는데 그 바람을 무릎 쓰고 cypress lake에서 두 부부가 라운딩을 했다.
처음 가 본 이곳은 그 이름에 걸맞게 호수가 아주 많았다.
바람이 어찌나 많이 부는지 호수로 빠질 수 없는 공이 자꾸만 호수로 빨려 들어갔고, 추워서 몸이 움츠러들다 보니 공이 제대로 맞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거리가 멀리 가지는 않았지만 우드의 실수가 별로 없어서 기분 좋은 라운딩을 할 수 있었다.
오후 1시 20분 정도에 시작했기 때문에 16홀까지 치는데 벌써 어두워져서 친구와 나는 클럽 하우스로 먼저 돌아왔고 남편들만 18홀까지 쳤다.
클럽 하우스에서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50%나 세일하는, 정말로 맘에 드는 골프 치마를 두 개나 사서 난 기분이 참으로 좋아졌다.
여하튼 오늘 찬 바람에 몸이 얼었지만 남편과 친구들과 같이 하는 골프에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 버렸다.
*오늘은 제 남편 사진만 찍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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