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3일 토요일
오늘 원석이는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에 갔다.
원석이 학교 마칭 밴드 팀이 오스틴 어느 교육구에 초청을 받아서 마칭 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어제도 풋볼 게임이 있어 밤 11시 30분에 들어와서 아침에 간신히 일어났고, 아침을 먹자마자 9시에 학교에 데려다 주고 왔다.
오늘은 어스틴까지 갔다가 마칭을 하고 내일 새벽 2시 30분에 돌아올 예정이다.
그러니 공부할 시간도 없어 오늘은 교과서를 한 권 들고 갔다.
그렇게 힘들어도 하기 싫다는 소리 안 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할 정도이다.
나연이는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갔다.
지난 여름 서머 캠프에서 만난 아이인데 둘 다 너무 웃긴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이름과 나이뿐이다.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몇 학년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집안에 형제가 몇 명인지 서로 아무것도 모른다.
어느 날 자기 이름은 ‘Madison’이라며 나연와 통화를 할 수 있느냐고 해 나연이를 바꾸어 주었더니 자기 생일에 초대 하고 싶은 데 와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연이가 가겠다고 대답을 해서 나는 메디슨이 학교 친구 인 줄 알고 메디슨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어느 학교 몇 학년에 다니는 줄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섬머 캠프에서 이주일 만난 것이 전부이고, 그 이후로 한 번도 만난 적도, 전화 통화를 해 본 적도 없는데 생일에 초대하는 아이나, 가겠다고 하는 아이나 다들 이해가 안 되었다.
나연이가 이번 생일 파티에는 안 갔으면 좋겠는데 내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아서 그냥 태워다 주고 왔다.
알고 보니 메디슨은 나연이보다 두 학년이나 어린 4학년이었고 ,나연이는 초대된 아이들을 쑥 훑어 보더니 아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처음 보는 아이들 사이에서 얼마나 쑥스러울까 싶기도 하고 나연이만 따돌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는데 내색은 못 했다.
어떤 상황이던 스스로 극복하게 놔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이다.
Photo studio에 가서 사진을 찍고 놀다가 집에 와서 피자랑 음식을 먹고 그 집에서 sleep over를 하는 생일파티인데 난 슬립오버는 못 하게 했다.
나도 그 집 부모를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르는데 잠을 재우는 것까지는 내키지가 않았고, 캐나다에 출장 가 있는 남편이 밤에 돌아온다.
남편이 출장을 가거나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에는 아이들을 아무데도 안 보내고 아빠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예전부터 규칙으로 정해 왔기 때문에 나연이도 슬립오버를 하고 싶어했지만 바로 마음을 접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과 같이 나연이를 데리러 갔다 오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11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갔던 곳에서 무려 생일 이벤트를 진행하며 쓴 돈이 천불이라고 했다.
여하튼 나연이는 모르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재미있게 놀고 돌아왔다고 했다.
나연이 성격이 결코 좋은 편이 아닌데 어떻게 된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월마트에 가니 저렇게 할로윈 장식이 되어 있더군요. 가게마다 아주 요란스러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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