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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 슈가' , 우리 집에 온 지 두 달 되는 날.

김 정아 2007. 7. 27. 02:41
 

2007년 7월 25일 수요일

오늘로 슈가가 우리 집에 온 지 두 달이 되는 날이다.

처음엔 너무 작아 걷는 것도 휘청거렸고 품에 가볍게 안겼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 묵직하게 커졌다.

“아이구, 우리 애기 이제 일어났어?”하던 것이 지금은 ‘애기’라는 말을 사용하기엔 조금 닭살이기도 하다.

아기처럼 귀여운 맛도 이제 많이 없어진 것 같다.


강아지를 사라고 허락을 한 것은 남편이었지만 남편은 지금껏 슈가를 목욕시키거나 집안에 실례를 해 놓았을 때 단 한 번도 도와 준 적이 없다.

남편은 슈가 야단치는 것은 아주 잘한다.

카펫을 물어뜯어 놓았을 때, 나무 기둥을 물어 놓았을 때, 수표를 물어 찢어 놓았을 때 슈가를 엄청 혼냈다.

그래서 난 “여보, 우리는 강아지를 사온 거지 사람을 사온 것이 아니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것이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것을 왜 그렇게 혼내느냐”고 싫은 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남편도 나처럼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새벽에 들어와도 이젠 아이들 방보다 슈가 자는 방을 먼저 들여다보고, 가끔 전화를 해도 애들 안부보다 슈가 안부를 먼저 묻는다.

정말 가끔 보는 남편이지만 슈가는 나보다 남편을 더 좋아한다.

어느 날은 남편 샤워 하는 욕실에 엎드려 남편을 지켜(?) 주기도 하고,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는 남편 곁에 누워 있기도 한다.

남편은 우리가 안 볼 때는 엄청 이뻐하는 것 같다.


가족들 모두의 사랑을 먹고 자라서인지 우리 슈가는 참 온순하다.

먹고 있는 슈가를 건드려도 으르릉 거리지 않는다.

아직 아기라서 짓궂은 면도 많이 보이지만 슈가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너무 반가워 어쩔 줄을 모르고 사람이 들어오면 벌렁 드러누워 사랑해 달라고 떼를 쓴다.

그리고 너무 좋아 오줌도 지린다. 그럴 때마다 콧등을 맞지만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슈가가 도둑이나 잡아낼지 아주 의문이다.

도둑이 와도 놀아달라고 벌렁 드러누울 것 같다.


이런 슈가를 난 ‘멍청이 슈가’라고 부른다.

수의사 선생님이 비글은 아이들이 데리고 놀기에 참 좋은 개지만 훈련이 어렵다고 했다.

역시나 그 말처럼 우리 슈가는 배변 훈련이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다.

뒷마당으로 나가는 문에 풍경을 달아 놓고, 나가고 싶으면 풍경을 흔들어 소리를 내도록 훈련을 시켜왔다.

슈가가 소리를 내면 문을 열어 주고, 나가서 똥  오줌을 싸고 들어온다.

반 이상은 성공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아무데나 실례를 한다.

그제는 실컷 밖에서 똥을 싸고 들어왔는데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부엌에 싸 놓아 나에게 콧등을 엄청 얻어맞았다.

배변 훈련을 완벽하게 하기엔 아직 어린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화분이란 화분의 나무를 다 깨물어 놓는다.

하지 말라고 큰 소리를 치고 계속해서 NO라는 소리를 연거푸 내도 그 때뿐이지 내가 돌아서면 다시 깨문다.

그래서 우리 집의 생화 화분이든 ,조화 화분이든 성한 게 별로 없다.

이 멍청이 슈가가 요즘 이중 언어를 하느라 고생이 많다.

나는 한국말로 하고 아이들은 영어로 하는데 두 말 사이에서 안 좋은 머리로 그래도 눈치껏 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집의 ‘멍청이 슈가’는 우리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귀염둥이가 되었다.


슈가는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열어 주기도 했다.

그 이전에 나는 개에게 어떤 관심도 없었고, 그것들이 내 주위 오는 것도 싫었다.

시골에 살 때 우리 집에 잡종 개가 있었는데 그중에 구름이와 다래라는 개가 있었다는 데 난 그것도 처음 듣는 이름이다.

자기 집에서 키우던 개 이름도 기억 못하는 무관심했던 내가 이제 슈가를 통해 강아지들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가는 것이다.

생명 있는 어린 것들이 너무 이뻐서 지나가는 남의 강아지들도 한 번씩 눈길을 주게 된다.

그렇다고 아직까지 남의 개를 덥석 안아 주지는 못한다.


항상 나에게 무덤덤한 이 녀석이  오늘 어쩐 일로 나한테 애교를 떨었다.

컴퓨터 앞에 있는 내게 다가와서 앞발을 올리기에 안아 주었더니 내 무릎에서 애기 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꼭 내 자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슈가랑 오랫동안 행복 할 것 같다.

 

*이제 아기 티를 다 벗은 슈가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커야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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