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6일 수요일
우리는 이곳에 발령이 나면서 ‘2년 근무에 2년 연장’ 가능이라는 회사 분위기를 어렴풋이 알고 왔다.
문서상 뚜렷하게 어떤 기준이 있는 건 아니어서 어떤 이는 6년 근무하기도 했고 , 또 어떤 이는 5년 근무한 이도 있고 그 때의 상황에 따라 근무 기간이 변해 왔다.
그러나 오랜 기간 근무하다 보면 한국에 들어 올 생각을 안 한다 하여 4년이라는 기간을 암묵적으로 정한 것 같다.
지난 달 상사 한 분이 출장을 나오시면서 아마도 내년 한 해 더 근무할 수 있을 거라는 회사의 분위기를 전해 주었고, 우리는 당연한 사항이라고 생각해 왔다.
물론 첫 해에는 업무 적응이 안 되어 굉장히 힘들어했다.
그러나 이후 휴스턴 법인 창립이래 지난 2년간 실적이 갱신되는 상황에서 사람을 불러 들인다는 것이 법인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손해를 맞을 수 있는 것이고,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일 잘 하는 사람을 굳이 한국으로 불러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갑자기 회사의 입장이 급선회해서 귀임 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라는 본사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심란해졌다.
파격적으로 차장 3년 만에 부장 승진과 팀장으로 배치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남편은 이곳에서 더 빛날 수 있는 사람인데 ,사람을 적당한 자리에 쓸 수 있는 것이 윗사람의 능력일 텐데 ….
갑작스러운 상황에 난 너무 심란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언젠가 한국에 돌아갈 것이지만 생각지도 않은 올해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도 적당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부부가 떨어져 내가 아이들 데리고 여기 남는 게 옳은가?
아이들 인생도 중요하지만 난 헤어진 가족으로의 삶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네.
가족 모두 한국에 돌아가는 것.
힘든 기간을 보내고 이제 즐겁게 학교 다니며 공부도 잘 따라 가는데 이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가서 또 얼마나 힘들어야 하는가?
돌아가야 할 거라면 차라리 내년보다는 올해 들어가는 게 너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년에 큰 아이가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테니 더 낫지 않을까?
모르겠다.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을 표명 받은 것도 아니니 기다려 보자.
결론이 난 다음 다시 고민하자!
우리 앞집 미국 아줌마 킴벌리 집 앞입니다.
뭔지 아시겠어요? 우리 나라는 아이를 낳으면 숯이나 고추를 걸어 놓는데 여기는 저런 깃발을 걸더군요
'It's a girl' 이라고 쓰여있더군요.
딸을 낳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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